로그인

“어, 車업체가 아니네” 미래 이동수단 치고나가는 IT업계

이은택 기자
입력 2019-01-11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0:58:39
일본의 파나소닉은 ‘CES 2019’에서 상하 분리가 가능한 미래형 이동수단 스페이스C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라스베이거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일본의 파나소닉은 ‘CES 2019’에서 상하 분리가 가능한 미래형 이동수단 스페이스C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라스베이거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CES 2019’ 행사 이틀째인 9일(현지 시간). 전 세계에서 온 관람객들은 미래형 자동차를 보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모인 LVCC의 북쪽전시장뿐 아니라 전자·정보기술(IT) 업체가 모인 남쪽전시장으로도 몰렸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지키는 일본의 파나소닉도 남쪽전시장에서 전기 기반의 미래형 이동수단인 스페이스C(SPACe_C)를 공개했다. 분리 가능한 두 부분으로 구성된 스페이스C의 e토르타(eTorta)로 불리는 아랫부분은 배터리, 모터, 바퀴 등 동력원과 구동장치로 이뤄졌다. 직사각형의 컨테이너와 흡사하게 생긴 윗부분은 승객 수송용, 화물 운송용으로 용도에 따라 모습이 달랐다. e토르타가 컨테이너와 합체해 사람, 물자를 수송하고, 때에 따라서는 서로 분리도 할 수 있는 구조다.

독일 전장업체 하만과 스위스 린스피드도 마이크로스냅이라는 미래차 콘셉트를 선보였다. 하만 제공독일 전장업체 하만과 스위스 린스피드도 마이크로스냅이라는 미래차 콘셉트를 선보였다. 하만 제공
스페이스C의 옆문이 아래에서 위로 열리자 성인 4명이 탈 수 있는 의자가 나타났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고안된 장치로 운전석은 없다. 관람객이 안에 타자 다시 문이 닫히고 앞면에 달린 조명이 켜지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스로 정해진 구간을 운행하는 모습에 “대단하다” “흥미롭다”는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올해 열린 CES에서는 글로벌 전자·IT업체들이 잇달아 미래형 이동수단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나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완성차 업체들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자동차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수많은 부품과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생 업체가 기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내연기관 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만 개. 이를 생산하는 1, 2차 협력사와의 장기간의 긴밀한 협업도 필수다. 하지만 동력원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면 부품 수는 1만 개 이상 줄었다. 게다가 전기차는 연료소비효율이나 디자인, 승차감 같은 과거 자동차의 품질을 평가하는 잣대보다는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차량 간 연결) 기술 등이 더 중요하다. 자동차 기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가 바뀌면서 새로운 기업들이 기존 자동차업계를 대체하는 지각변동에 직면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독일 전장업체 하만도 이번 CES에서 스위스의 린스피드와 함께 만든 미래형 이동수단인 마이크로스냅을 선보였다. 하만은 LVCC에서 차로 20여 분 떨어진 하드록호텔에 행사장을 마련했음에도 글로벌 기업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마이크로스냅은 스케이트보드라 불리는 구동장치와 팟(Pod)이라 불리는 탑승공간으로 구성된다. 스케이트보드는 스페이스C의 e토르타, 팟은 컨테이너와 비슷하다. 용도에 따라 팟을 승객용, 물자 수송용, 이동식 카페용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여기에 하만이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다. 마이크로스냅의 모습을 지켜본 한 관람객은 “용도를 무한정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는 지난해 12월 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주변 160km 지역을 운행하는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차량공유 서비스 ‘웨이모원’을 개시하기도 했다. 이미 전 세계 자동차산업은 기존의 내연기관 중심의 제조업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미래차와 이런 차량을 공유할 수 있는 중계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신기술 부문 연구소인 리싱크엑스(ReThinkX)는 앞으로 차량 수요가 격감해 2030년까지 완성차 업체 수익이 80%가량 악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수년 내 시장에 상용 제품을 내놓을 기술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스페이스C 같은 이동수단이 출시되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새로운 경쟁자와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