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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사 “숨 끊어지기 직전”…정부지원에 한숨 돌렸지만

뉴스1
입력 2018-12-18 17:36:00업데이트 2023-05-09 21: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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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는데 구해줬다.” 정부가 18일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에 대해 3조5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한 자동차 부품사 업체 관계자가 내놓은 말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 침체로 촉발된 자동차 부품사의 총체적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2~3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주변 폐업 사례를 보며 공장과 부지 매각 등을 문의하는 부품사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실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납품사들이 줄줄이 위기에 처했다. M&A(인수합병) 시장에는 유력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 은행들마저 신규 대출은커녕 대출 만기 연장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자동차 부품사들이 집단 도산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금융위기 직후(2008~2009년) 이후 처음으로 400만대 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올 11월까지 자동차 누적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367만여대 수준이다. 자동차 수출량도 222만여대로 1년 전보다 5.2% 줄었다.

완성차가 팔리지 않으면 협력사들의 납품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 위기가 고스란히 부품사로 전가되는 구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상장된 90개 부품사 중 31개 기업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3.6%에 달했던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1.8%로 떨어졌다.

유동성 위기에 헤어 나오지 못하다 보니 연구·개발(R&D)과 같은 신규 투자를 할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게 업계 토로다. 이는 부품사의 전반적인 품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내 완성차의 경쟁력 약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250여개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의 이사장이자 자동차 고무부품 생산업체 디엠씨의 신달석 회장은 “은행 상환이 다가오면 여기저기 돌려막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체 전체가 그런 분위기”라며 “이렇다 보니 품질 향상을 위한 R&D나 설비 증축 등 신규 투자는 꿈을 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충청 지역 한 금형 제작업체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임금을 줄 여력이 되지 않아 직원 감축을 고민하는 처지”라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부품사의 전체적인 품질 하락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신규 투자는커녕 현재 가동률만이라도 유지가 됐으면 좋겠다. 신규 투자는 꿈같은 소리”라고 푸념을 쏟아냈다.

쓰러지는 부품사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에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을 시작으로 다이나맥,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 부품사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지난 10월 정부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한 배경이기도 하다.

부품사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취약한 구조다. 2~3차 협력사에 비해 버틸 힘이 있는 1차 부품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1.4%)은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5.4%)보다 낮은 실정이다. 세계 100대 부품사 중 우리 기업은 7개사에 불과하고 1차 부품사의 50% 이상이 매출액 100억원 이하다.

수직적 산업 구조 탓에 1차 부품사의 위기는 2~3차 협력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부품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자동차협동조합 관계자는 “완성차 실적이 부진하면 결국 부품사의 매출 및 공장가동률 하락, 신규 투자 축소로 이어진다”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정부 지원 방안을 놓고 ‘숨이 끊어지기 전에 구해준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한번 무너지면 다시 복구 하기가 쉽지 않다는 특성에서 부품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신달석 회장은 “정부의 지원책을 통해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게 됐지만, 업체들은 지금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조속한 집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