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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CH] 높은 연비에 가속능력도 진화… 2030 첫차로 손색없어

한우신기자
입력 2018-03-23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2:27:29
현대자동차 아반떼로 대표되는 준중형 세단은 과거 가장 대중적인 차로 여겨졌다. 평범한 20, 30대라면 생애 첫 차로 으레 준중형 세단을 고르곤 했다. 지금은 아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높아지며 세단 판매는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생애 첫 차로 준중형 세단이 아닌 준중형 SUV나 소형 SUV를 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차를 고를 때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도 확산되면서 ‘준중형 세단은 뭔가 평범해 보인다’며 회피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 기아자동차 준중형 세단 K3의 2세대 모델인 ‘올 뉴 K3’가 나왔다. 자동차업계에서는 1세대 K3를 흥행한 모델로 평가하지 않는다. 2세대 K3는 고객에게 제시하는 의미가 꽤 특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의미가 특별하지 않다면 준중형 세단 자체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지금 K3를 살 유인은 많지 않다. 준중형 세단을 구매하기로 맘먹은 고객에게는 아반떼라는 이미 검증된 안전한 선택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많은 숙제를 안고 나온 K3를 지난달 말 직접 타봤다. K3 외관을 보고 처음 든 느낌은 ‘참 정성 들여 만들었다’이다. 기아차 K시리즈 성공을 이끌었던 K5는 처음 나왔을 때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기아차는 세련된 디자인을 자사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1세대 K3도 디자인 면에서 크게 뒤진 건 아니나 다소 평범하고 콤팩트한 느낌을 풍겼다. 2세대 K3는 크기가 커졌고 입체감이 강조됐다. 2세대 K3는 전장 4640mm, 전폭 1800mm, 전고 1440mm로 전 모델 대비 각각 80mm, 20mm, 5mm 늘었다. 눈길을 끄는 디자인은 X자 모양의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다. 범퍼 쪽에 수평형 방향지시등이 포함된 에어커튼과 그릴은 역동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을 출발해 경기 포천시 한 카페에 이르는 85km 구간에서 시승한 K3는 주행성능 부문에서 단점을 찾기 힘들었다. 범용 모델을 콘셉트로 한 준중형 세단이므로 폭발적인 파워를 발휘하는 건 아니지만 가속 능력은 1세대 및 다른 경쟁 모델에 비해 한층 진화했다. 시속 150km 내외까지 속도를 끌어올려도 안정감을 유지했고 소음도 다른 준중형 세단에 비하면 심하지 않았다. 곡선 구간에서 핸들도 민첩하게 반응했다. 민첩한 핸들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한 수입 준중형 세단 기술력을 상당 부분 따라잡은 듯했다. 주행 중 후측방 사각지대의 차량 또는 고속으로 접근하는 차량이 감지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후측방 충돌 경고 시스템도 유용했다.

2세대 K3에는 엔진과 변속기 모두 새 모델이 적용됐다. 특히 변속기를 6단 자동변속기에서 무단 변속기 방식으로 바꿨다. 기존 자동변속기는 정해진 단수에 따라 엔진 회전수와 바퀴 구동축 회전수를 정해놓고 기어 단을 변경한다. 엔진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돌아가는 회전축과 바퀴를 구동시키는 회전축에 달린 톱니바퀴(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바퀴 회전축에 달린 톱니바퀴 크기를 바꿔주면서 바퀴 회전 속도를 변경한다. 톱니바퀴를 없애고 벨트로 대체한 것이 무단 변속기다. 이것은 엔진 회전수에 따라 최적의 바퀴 구동축 회전수를 그때그때 찾는다. 2세대 K3에 적용된 무단변속기는 종전에 원형이던 벨트를 체인형으로 바꾸면서 마찰 면적을 줄였다. 그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다. 체인형 무단변속기는 원형 벨트형에 비해 2.6% 효율이 높아졌다. 2세대 K3 변속기 효율은 1세대 모델에 비해 4.2% 향상됐다.

진화한 변속기와 신형 감마2엔진이 결합하며 2세대 K3 연료소비효율(연비)은 1세대 연비보다 10% 이상 개선됐다. 공인 연비는 L당 15.2km로 이른바 경차급 연비다. 실제 시승에서는 적잖은 구간에서 고속 주행을 했음에도 연비가 L당 16.5km 나왔다. 함께 시승 행사에 참가한 일부 운전자 중에는 L당 20km를 넘기며 하이브리드급 연비를 달성한 이들도 있었다.

유행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잘 만든 상품은 잘 팔린다는 것이다. 자동차시장에서 아무리 SUV 인기가 높아져도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준중형 세단은 지금도 분명히 있다. K3가 그 정도 강렬한 매력을 뿜어낸다고 보기엔 무리일 수 있어도 늘 주머니 사정을 살펴야 하는 평범한 젊은이들에게는 후회가 적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