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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으로 질주” 르노삼성, 파업장기화에 美 관세 폭탄우려까지

뉴스1
입력 2019-02-21 07:17:00업데이트 2023-05-09 20:43:13
닛산 2019 로그. (닛산 홈페이지)© 뉴스1닛산 2019 로그. (닛산 홈페이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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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의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다. 노동조합의 파업 장기화로 수출 주력 모델인 ‘로그’의 후속 물량을 해외에 빼앗길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이 조만간 수입차 고율관세 대상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미국에 수출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더욱이 르노삼성은 지난해 5개 완성차 업체 중 내수판매 최하위를 기록한 데 이어 향후 시장 분위기를 바꿔줄 신차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을 관세 대상에 포함한다면 르노삼성은 벼랑 끝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함에 따라 대(對)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크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필수적인데 미국 수출이 어려진다면 공장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노조 파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안정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 필요한 부산공장의 연간 최소 생산 규모는 20만대가량인데 내수 물량으로만 이를 해소할 수 없어 수출 의존도가 크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량은 9만369대로 10만대도 넘지 못했다.

즉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나머지 물량을 수출에서 채워야한다. 더욱이 미국과 함게 최대 수출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은 현지 생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물량 확보가 어려워 대미 수출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실제 르노삼성의 전체 수출 물량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한다. 이는 오는 9월 위탁 생산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 물량(10만7245대)인데, 가장 큰 문제는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대미 수출을 책임져줄 로그 후속 물량 배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중 닛산 브랜드만이 판매되고 있어 르노 브랜드의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미 수출용 후속 차량 배정을 받지 못하면 르노삼성의 수출 실적은 곤두박질 치게 된다.

르노삼성은 내부적으로 로그의 생산기간을 연장하면서 후속 물량을 배정받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경쟁 중인 일본 닛산 규슈공장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로그 생산 중단 이후 새로운 차종을 배정받기까지 주력 모델인 SM6와 QM6 등의 생산을 늘리겠다는 대안도 가지고 있지만,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던 로그의 빈자리를 채우기란 쉽지 않다.

모기업인 르노그룹 본사 임원까지 나서 노조의 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노조는 파업 수위를 오히려 높이고 있다. 19일 열린 제15차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도 노사는 뚜렷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임단협 협상이 지속되는 동안 파업은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총 36차례(136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22일에도 주·야간조 각각 4시간씩 총 8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98%에 달했던 공장 가동률은 75% 수준까지 떨어졌다. 6800여대 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었으며 손실액은 약 12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5% 관세를 물릴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가격은 9.9∼12.0% 상승하고, 그에 따른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손실 금액은 총 2조8900억원에 이른다는 전망이다. 르노삼성의 경우 1600억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공장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대미 수출물량 확보가 가정 절실하다”며 “여러 악재가 겹친 르노삼성에 수입차 관세 폭탄이라는 난관이 더 하나 놓였는데 노사 간 협력을 통해 파업을 마무리하고 향후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