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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달린 4륜 오토바이’ 같은 트위지 타보니

김성규 기자
입력 2018-11-07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1:22:07
앞서 달리던 택시가 신호에 걸려 멈춰 섰다. 갑자기 운전사가 문을 열고 나왔다. 기자가 살짝 긴장한 순간, 운전사는 “허허 그놈 진짜 신기하게 생겼네” 하며 요리조리 훑어봤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자동차 ‘트위지’를 서울 시내에서 1박 2일간 몰던 중 겪은 일이다.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하는 전기차 ‘트위지’. 국내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하며 지난달 28일에는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기도 했다. 차보다는 모터사이클에 가까운 크기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하는 전기차 ‘트위지’. 국내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하며 지난달 28일에는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기도 했다. 차보다는 모터사이클에 가까운 크기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자동차 담당 기자여서 경차부터 지프, 스포츠카까지 다양한 크기와 가격의 차를 시승해 봤지만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건 뭐예요?”라고 물었다. 그중에는 구체적으로 가격과 구매처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모델임에도 “와, 트위지다”라며 정확하게 이름을 말한 이도 있었다.

‘초소형 전기차’로 분류돼 있는데, 과연 자동차로 분류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지붕 달린 전기 ATV(레저용 사륜 모터사이클·All Terrain Vehicle)가 더 적합할 것 같다.

스티어링 휠(핸들)과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로 운전하기 때문에 운전 방식은 기존 자동차와 같다. 와이퍼, 비상등, 좌우 깜빡이 정도도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 룸미러가 없고 사이드미러는 수동으로 조정해야 한다. 음악을 들을 수도 없다. 다만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이나 음악은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충전은 별도로 해야 한다.

구조적으로도 자동차보다는 ATV에 가까운 점이 많다. 2명이 탈 순 있는데, 앞뒤로 타야 한다. 뒤에 사람이 타고 내릴 때는 앞좌석을 앞으로 빼줘야 한다. 창문도 옵션으로 달아야 하고 문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는 게 아니어서 외부 공기가 통한다. 시승할 때 비가 내렸는데 옷이 젖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래쪽으로 빗물이 들어왔다. 겨울에는 아무래도 추워서 타기 힘들 것 같다. 핸들 옆에 열쇠로 여닫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지만 지갑 정도만 넣을 수 있는 정도다. 문에 잠금 장치도 없다. 승차감을 기대하면 타기 힘들다.

하지만 자동차가 아니라 ‘신개념 도심 교통수단’임을 인정하고 나면 트위지의 매력이 보인다. 속도를 시속 80km 이상 내기 힘들지만 도심을 달릴 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 도로는 갈 수 없다). 오히려 몸집이 작아서 좁은 골목길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거나 좁은 공간에서 차를 돌릴 때 굉장히 편했다. 좌우 공간이 좁아서 보통 때면 조심조심 달려야 할 곳을 쉽게 통과할 때는 은근한 쾌감도 느껴진다. 유료 주차장에 주차할 때 차량 한 대 값을 다 내야 하는 것은 다소 아깝게 느껴진다.

1회 완충 후 주행거리는 55∼70km 정도로 알려졌지만 실제 건국대입구에서 서울대입구까지 약 16km를 달렸더니 배터리가 절반 정도 닳았다. 운전 습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하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쓰는 220V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충전되고, 그 속도도 빨랐다. 르노삼성 측 설명으로는 3시간 30분 정도면 완전 충전할 수 있고, 전기료는 1000원 정도다. 이동용 전자기기 같은 느낌이었다.

트위지의 정식 가격은 1500만 원이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950만 원 이하로 살 수 있다. 트위지는 목적이 확실한 차다. 별다른 기능은 없어도, 저렴한 가격에 도심 출퇴근용이나 배달용 이동수단을 원한다면 고려해봄 직하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