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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종호 “기어 외길 50년… 전직원 정년 보장하죠”

황금천기자
입력 2017-10-17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3:18:01
형종호 삼공기어공업㈜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최근 생산한 자동차용 기어를 만지며 직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형종호 삼공기어공업㈜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최근 생산한 자동차용 기어를 만지며 직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미래 가능성만 보고 직원 2명과 자동차 부품 생산에 뛰어들어 한 우물을 팠습니다. 어느덧 50년이 흘렀군요.”

내년 미수(米壽)를 맞는 형종호 삼공기어공업㈜ 회장(87)은 매주 월요일 오전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회사로 출근해 임원회의를 주재한다. 삼공기어공업이 만드는 자동차용 동력전달장치 기어의 납품 실적과 생산계획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 뒤 현장을 돌며 기계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살펴본다.

법대를 다니던 형 회장은 휴학 중 우연히 미군부대에서 내다버린 자동차부품을 개조해 파는 서울의 철공소에 취직하면서 기어와 인연을 맺었다. 1967년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회사 전신인 ‘원공사’를 설립해 주로 버스와 트럭용 기어를 수리했다. 매일 고장 난 차량용 기어를 만지다 제조원리를 터득해 3년 뒤에는 공작기계를 수입해 기어를 직접 만들었다.

1977년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 전신)에 국내 부품업체로는 처음 변속 기어를 납품했다. 기어가 마찰을 이기지 못하고 자주 깨지자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의 유명 기어 제조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고 첨단 열처리 기술을 받아들여 제품 수준을 높였다.

이후 다른 자동차 부품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기어만 생산했다. 그 결과 국내 주요 자동차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정비할 때 쓰이는 기어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 때부터 기어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외 상용차는 물론이고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에 들어가는 기어 9000여 종을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328억 원. 이 가운데 70%는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50여 개국에 수출도 한다.

회사 임직원(외국인 제외)은 145명이지만 모두 60세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이다. 1984년 입사해 기어 톱니를 깎아 온 이문수 씨(60)는 33년째 근무한다. 1985년부터 모든 임직원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대학에 입학할 때 입학금까지 학비를 지원한다.

형 회장은 2011년 참척(慘慽)의 아픔을 겪었다. 회사를 경영하던 외아들 남진 씨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 “재산을 처분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어 달라”는 유언에 따라 그해 30억 원을 출연해 아들 이름을 딴 ‘형남진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장학재단은 이듬해부터 수도권 고교생 및 대학생 270여 명에게 8억5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형 회장은 “최고 품질과 정확한 납기,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는 3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기업의 생존조건이라고 판단해 회사 이름을 ‘삼공(三共)’이라 지었다”며 “창립 50주년을 디딤돌 삼아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삼공기어공업 50주년 기념식은 17일 오후 5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