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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대기 車 나타나자 1m 앞 스톱… 국내 첫 도심 누빈 자율차 스누버

이은택 기자 , 조윤경 기자
입력 2017-06-23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3:57:14
“카메라는 사물의 형태, 색깔을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신호가 노란불인지 빨간불인지 보는 거죠. 그 옆 라이다(LiDar)는 거리, 환경을 인식합니다. 신호등이 몇 m 떨어진 곳에 있는지, 움직이는 물체가 있는지. 이 정보를 조합해 차가 주변을 인지하고 판단합니다.”(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도로에서는 서 교수 연구팀이 만든 자율주행자동차 스누버(SNUver)가 도심 도로를 누볐다. 국내에서 선보인 첫 도심 자율주행 시연이다.

한 연구원이 시동을 걸고 붐비는 도로에 진입한 뒤 자율주행 버튼을 눌렀다. 스티어링 휠, 가속페달, 브레이크에서 손발을 떼고 스누버가 스스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스누버는 미리 설정한 최고속도(시속 50km) 안에서 스스로 달렸다. 앞에 신호대기 중인 차가 나타나자 약 10m 전부터 속도를 줄이더니 1m 간격을 남기고 완전히 섰다. 우회전 구간에서 속도가 느려지더니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돌아갔다. 한산한 도로가 나오자 다시 속도를 냈다. 그러다 갑자기 다른 차가 앞에 끼어들기를 시도하자 급정거했다. 마치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은 것 같았다. 약 15분 자율주행을 마친 뒤 출발 지점으로 사고 없이 안전하게 돌아왔다.

스누버의 ‘두뇌’인 컴퓨터는 트렁크에 설치됐다. 가정용 데스크톱 컴퓨터의 약 3배 크기다. 서 교수는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지금은 사람이 입력하는 데이터를 차량이 학습하지만 미래에는 차 스스로 도로를 주행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주행 능력을 높이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스누버가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가 분류한 자율주행단계 중 4단계(High Automation)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4단계는 일정하게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자의 조작이나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며 달릴 수 있는 단계다. 최종 5단계(Full Automation)는 무인(無人)자동차다.

최근 일본의 혼다는 2020년경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2021년까지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휠이 없는 자율주행차를 양산할 계획이고, 아우디는 최근 자율주행 연구를 전담할 오토노머스 인텔리전트 드라이빙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로 야간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주니퍼 리서치는 2025년까지 세계에 약 2200만 대의 자율주행차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