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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비해 여전히 실망스런 국산차 “소비자 관계의 재정립 시급”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12-08 16:52:00업데이트 2023-05-10 01:00:50
국산차가 수입차에 비해 제품의 신뢰성과 내구성이 여전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항목으로 나눠 비교해 본 결과 국산차는 수입차에 비해 녹과 부식의 발생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국산차의 취약한 브랜드 이미지에 실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자동차전문 리서치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7월 실시한 제16차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를 바탕으로 국산차와 수입차를 10개 항목에 걸쳐 비교해 본 결과, 모든 면에서 수입차의 우세가 뚜렷하게 조사됐다.

먼저 구입 후 고객관리 등 판매 서비스 만족률에서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국산차는 55%, 수입차는 60%로 나타나 수입차 구입자의 만족률이 5%p 높게 나타났다. 또한 성능, 기능, 디자인과 관계된 제품 만족률은 국산이 52%, 수입이 67%로 제품 매력도 역시 상대적으로 수입차의 경쟁우위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결함, 고장, 문제점을 경험한 초기품질 만족률은 국산이 67%, 수입 71%로 4%p의 차이를 보였다. 구입 후 2~3년 경과한 소비자에게 그 동안 차의 품질과 서비스 때문에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를 묻는 항목에선 국산차 52%, 수입차 61%가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답해 수입차의 스트레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의 구입과 유지비용(가격, 연비, 유지비, A/S비, 중고차 가격 등)을 묻는 비용 대비 가치 만족률은 국산 25%, 수입 35%로 수입차가 10%p 높았다.

이는 50% 이상의 만족률을 보인 대부분의 측면에 대한 앞선 평가와 달리 크게 낮은 것이지만, 오히려 국산과 수입 간 10%p 차이가 이색적이다. 특히 구입 시 지불한 차량가격의 평균이 국산 2773만원, 수입 5178만원으로 수입이 2400여만 원 더 비쌌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국산차의 가치에 대해 극히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수입차 가격이 1.9배에 달하고, A/S비용 등으로 불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산차는 수입차에 비해 ‘비용 대비 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또한 신차 구입 후 3년 동안 차를 쓴 소비자에게 지난 기간 동안 어떤 결함, 고장, 문제점을 경험했는지를 묻는 내구품질 만족률에선 국산 54%, 수입 73%가 만족한다고 답해 19%p의 다소 큰 차이를 보였다.
앞에 언급된 초기품질 만족률과 비교하면 국산은 13%p 낮아져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락했음 알 수 있다. 반면 수입은 2%p 높아 국산과 달리 초기품질 이상의 수준을 유지했다. 국산차의 가장 큰 약점의 하나가 내구성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그대로 반영했다.

새 차 구입 후 평균 5년(4~6년) 사용자에게 엔진, 잡소리, 브레이크 등 19개 문제 영역을 제시하고 ‘연식을 고려해도 약간/크게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모두 지적하게 해 그 건수를 신뢰도 지표로 삼은 조사에선 국산차가 평균 1.65건, 수입차 0.61건이 지적돼 국산차가 1.04건 더 많았다. 이를 통해 국산차는 비정상적으로 판단되는 품질 문제 수가 수입차의 2.7배라는 소비자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밖에도 차량의 외관과 하체의 그림을 제시하고 ‘부식’이 있는 영역을 지적하게 해 지적 부위 수를 부식지수로 삼은 조사에서 신차 구입 후 평균 5년(4~6년) 사용자의 결과는 국산차 평균 3.94건(부위), 수입차 1.17건으로 국산차가 3.4배 수준을 나타냈다.

검토된 모든 지표 중 국산과 수입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해당 항목은 신뢰도 평가에 사용된 19개 문제 영역 중 비정상적이라고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이 녹과 부식 영역이었음을 감안할 때 국산차의 내구성과 신뢰성 논란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부식임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구입한 회사의 정비서비스를 받아 본 소비자의 만족률에선 국산 67%, 수입 65%로 국산이 앞섰다. 이어 보유기간과 관계없이 신차 구입자 모두에게 그 차를 만든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만족률은 ‘국산차 회사’ 38%, ‘수입차 회사’ 53%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국산차의 가장 큰 약점은 제품도 서비스도 아니고 브랜드 그 자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자신이 선택한 제품을 미워하지 않으며 실망스러워도 운이 나쁜 것으로 자위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망의 원인이 제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과오 때문이라고 제작사가 주장하면 당연히 분노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소비자에게 국산차 회사의 선택은 차선책일 수밖에 없고 이렇게 선택한 회사가 문제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리는 것을 납득할 소비자는 없다. 소비자 관계의 재정립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