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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시간, 근로시간일까 쉬는 시간일까 기아차 통상임금 3000억~4000억 좌우

김현수 기자
입력 2019-02-22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0:42:53

근무 중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일까, 쉬는 시간일까.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2심 선고일인 22일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판결에 따라 기아차 사측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추가 임금 1조 원 중 수천억 원을 줄일 수 있다.

21일 기아차 노사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된 2심 재판 과정에서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줄이려는 사측과 통상임금의 범위를 늘리려는 노조 사이 법리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사측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항목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사측이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휴게시간’이다. 사측은 휴게시간에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쉬었으니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노조는 사용자 지휘 감독 아래 있었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맞다고 본다. 이번 소송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휴게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이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사가 소송을 벌이고 있는 통상임금 미지급 기간(2008∼2011년)에는 1교대(잔업 포함 10시간 근무)당 35분의 유급 휴게시간이 있다. 만일 2심 재판부가 이를 쉬는 시간으로 보고 통상임금에서 빼면 1심에서 나온 미지급금의 30∼40%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2017년 8월 1심 판결 이후 통상임금 미지급금 지불을 위한 충당금 1조 원을 쌓아 놨다. 재판 결과에 따라 3000억∼4000억 원의 행방이 달라진다.

1심 재판부는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회사가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줄 경우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을 수 있으면 주지 않아도 된다는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이 최대 변수였기 때문에 사측은 휴게시간에 그리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의칙은 최근 대부분 인정되지 않는 추세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다스, 올해 2월 시영운수 판례에서 모두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기아차 사측도 사실상 신의칙에 대한 기대는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기아차 2심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는 통상임금 특별위원회에서 2심 선고 결과를 바탕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선다. 이 개편안이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임금체계 개편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현대차그룹은 최저임금 미달자가 수천 명이나 돼 상반기 중에 반드시 임금체계 개편을 완료해야 한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