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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車부품업계, 3兆 긴급자금 요청

김현수 기자 , 김성규 기자 , 이새샘 기자
입력 2018-10-23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1:27:06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업계가 정부에 3조 원이 넘는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은행 빚에 허덕이는 기업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부도 범정부 차원에서 자동차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부품업계 수요 조사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 긴급 자금 지원 3조1000억 원가량을 요청했다. 국내 완성차업체 1차 협력사 851곳을 대상으로 정부 지원이 필요한 금액 규모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가장 많은 요구는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 달라는 것이었다. 대출금 상환 연장과 관련한 자금 지원 수요가 1조7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어 시설투자비 1조 원, 연구개발(R&D)비 4000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품업체의 자금난은 심각한 상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여신 규모 28조 원 중 약 10%는 자본 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된 1차 협력사 89개사 중 47.2%에 해당하는 42개사가 올해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28개사는 1분기에 적자로 바뀐 상태다. 올해 6월 자동차 흡기 및 배기 업체 리한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고 7월에는 고무부품업체 에나인더스트리가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2, 3차 협력사 상황은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4월 2차 협력사인 A사는 플라스틱 부품을 만드는 금형 230개 중 150개를 1차 협력사에 반납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단가 인상은 필요한데 1차 협력사가 여력이 없으니 생산할수록 손해라며 반납한 것이다. 또 다른 2차 협력사도 “전년 대비 인건비가 24% 올랐다”며 “단가를 인상하지 않으면 납품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車산업 연쇄부도 위기” 범정부 대책마련 나서 ▼

경남지역의 한 자동차부품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생산 계획을 줄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협력사의 자금난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부품업계 관계자는 “2, 3차 협력사가 이탈하기 시작하면 당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완성차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자동차 산업은 2016년 말 기준 한국 제조업 생산의 13.9%, 제조업 종사자의 12.0%를 차지한다. 정부가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인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부터 자동차부품업계와의 지역별 간담회를 최근 마무리하고 현재 자동차업계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금 지원, R&D, 설비 등 전 분야를 망라하는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태호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도 부품업계 대표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 대책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먼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17일 9개 은행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개별 자동차부품업체의 재무·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여신 회수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품업체마다 상황이 다른데도 전체 자동차업계가 침체돼 있다는 인식 때문에 은행권에서 건실한 업체에 대해서도 대출을 조인다는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준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산업 위기로 많은 부품업체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정부가 이들을 합쳐 덩치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드는 구조조정 비용을 지원해 주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성규 / 세종=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