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모인 외신 기자들은 트라톤그룹 출범이 상용차분야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노버=이은택기자 nabi@donga.com
“우리는 운송체계를 바꾸고 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새 상용차 총괄브랜드 트라톤(Traton)그룹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계열사 중 만(MAN), 스카니아, 폴크스바겐 커머셜 등 상용차 회사를 하나로 묶어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미래 자율주행기술과 커넥티드카 등을 겨냥해 SW(소프트웨어) 플랫폼도 일원화 시킬 전망이다.
2018 하노버국제상용차박람회 (IAA CV 2018) 개막을 이틀 앞 둔 18일(현지 시간) 오후 독일 하노버 메쎄박람회장에서는 내외신 기자 약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트라톤그룹 출범 공식행사가 열렸다.
트라톤은 폭스바겐그룹이 새로 만든 상용차 총괄브랜드다.
이날 발표장에는 ‘우리는 운송체계를 바꾸고 있다(We are transforming transportation)’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트라톤의 출범이 전 세계 트럭, 버스, 특장차 등 상용차 시장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가늠할 수 없는 만큼 언론은 트라톤의 발표에 촉각을 세웠다.
트라톤의 사령탑을 맡은 안드레아스 렌슬러 트라톤 회장은 무대에 올라 “폭스바겐그룹의 트럭과 버스들이 한 지붕 아래 처음으로 모이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폭스바겐그룹은 약 3년 전부터 트라톤 설립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렌슬러 회장은 “전 세계의 운송수요는 늘고 있고 교통체계도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 신기술 개발, 새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등 곳곳에서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톤을 ‘운송의 다음 단계(Next Level)’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트라톤의 뼈대는 간단했다.
그 SW 통합의 중심이 바로 리오(Rio)라는 회사다.
하노버 발표장 스크린에 나타난 트라톤 로고. 하노버=이은택기자 nabi@donga.com
리오는 2016년 경 폭스바겐그룹이 만든 비상장 SW기업이다. 운송솔루션, 자율주행 등 자동차 SW와 관련된 기술을 연구개발 하는 회사다. 앞으로 트라톤그룹으로 묶인 만, 스카니아, 폴크스바겐 커머셜의 모든 차량에는 리오의 SW가 탑재된다는 것이다. 자동차 간에 서로 브랜드, 기계는 달라도 SW를 하나로 통합하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통신하는 분야에서 장벽이 사라지게 된다. 마치 삼성, 화웨이 등 서로 다른 회사의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설치해 관리하는 식이다.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카(자동차끼리 통신하는 기술) 기술개발이 한결 수월해진다.
안드레아스 렌슬러 트라톤그룹 회장이 18일(현지 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트라톤그룹 출범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하노버=이은택기자 nabi@donga.com
렌슬러 회장은 이날 트라톤그룹의 상장(IPO) 계획도 처음 밝혔다. 그는 “트라톤의 연내 상장에 대해 어제 (폴크스바겐)그룹에서 청신호(Green Light)를 받았다”고 말했다. 공식 발표된 만큼 트라톤은 연내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폭스바겐그룹이 트라톤을 만든 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미래 상용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차 자체의 부품이나 기계보다 SW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암시하듯 렌슬러 회장도 “우리는 자동차 생산회사를 넘어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리오가 만드는 상용차 SW플랫폼이 폭스바겐그룹을 넘어 다른 회사의 트럭, 버스 등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를 위해 트라톤은 미국, 중국, 일본의 상용차 회사들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트라톤은 자사가 꿈꾸는 미래 상용차의 모습도 공개했다.
이날 렌슬러 회장은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지서 만난 한 상용차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상용차 분야에서도 디지털, SW 개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버=이은택 기자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