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벤츠가 키우는 고교생들 “세계 최고 정비사 될래요”

변종국 기자
입력 2018-09-19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1:37:44
17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서울 성동서비스센터에서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 ‘아우스빌둥’에 참여한 최민영 임도영 김병섭 교육생(왼쪽부터)이 신형선 트레이너(오른쪽)로부터 차량 정비 교육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17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서울 성동서비스센터에서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 ‘아우스빌둥’에 참여한 최민영 임도영 김병섭 교육생(왼쪽부터)이 신형선 트레이너(오른쪽)로부터 차량 정비 교육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반드시 정식 공구를 이용하고 규정에 나와 있는 대로 힘을 줘서 볼트를 조여야 됩니다. 기본을 지켜야 사고가 안 나요.”

17일 서울 성동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정비·서비스센터. 이곳에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Ausbildung)’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벤츠코리아 신형선 트레이너(정비사)는 앳된 얼굴의 10대 교육생들에게 정비의 기본을 수없이 강조했다.

아우스빌둥은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벤츠코리아가 지난해 9월 수입차 업체 중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했다. 국내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실무와 이론을 교육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치면 정식 사원으로 채용한다. 벤츠는 서류와 필기시험, 인·적성검사, 면접시험을 거쳐 지난해 1기 교육생 40명을 뽑았다. 올해 9월에는 2기 33명을 선발했다.

아우스빌둥에 들어오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부터 벤츠코리아가 짜 놓은 커리큘럼에 따라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받는다. 벤츠 정비사들이 교육생당 1명씩 멘토로 붙는다. 교육생 신분이지만 월급도 벤츠의 급여 기준에 따라 제공된다.

교육생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건 대학과 군대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점이다. 아우스빌둥은 군복무 기간 2년을 포함해 총 5년 과정이다. 특히 아우스빌둥은 대학 학기 중에는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 주로 야간에 대학을 다니고 주간에는 교육을 받아야 했던 다른 일·학습 병행 제도와 다른 점이다. 1기 임도영 교육생은 “주간에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점이 좋다. 사실상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한 것이나 다름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벤츠코리아는 교육생들이 받는 대학 교육도 교육의 일부라고 보고 학기 중에도 월급을 지급한다. 임 교육생은 “고등학교에서 벤츠로 입사하는 선배가 거의 없었지만 벤츠를 개척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을 이수한 교육생들은 독일연방 상공회의소가 주는 교육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벤츠 취업도 100% 보장된다. 수입차 BMW와 다임러트럭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도 아우스빌둥을 통한 인재 양성을 추진 중이다.

2기 최민영 교육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우스빌둥 입시 설명회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최 교육생은 왜 벤츠 아우스빌둥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냥 벤츠니까”라고 대답했다. 최 교육생은 “가지고 있는 노트와 볼펜, 휴대전화 케이스도 벤츠 제품일 만큼 벤츠가 좋다”며 “벤츠에는 레벨별로 정비 자격증이 따로 있는데 빨리 모든 정비사 자격증을 다 따고 싶다. 나중엔 서비스센터 지점장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기 김병섭 교육생은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일과 취업, 군과 대학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건 아우스빌둥뿐이다”며 “실력을 키워서 독일 본사로도 진출하고 싶고 전 세계 정비사들과 실력도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은 한독상공회의소와 병무청,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지원 속에 진행되고 있다. 아우스빌둥 교육생들은 군 입대도 원하는 시기에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상국 벤츠코리아 네트워크 개발 및 트레이닝 총괄 부사장은 “한국의 미래 정비사를 양성하는 데 벤츠가 협력하고 싶다. 아우스빌둥을 통해 인재를 키우고, 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