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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콘셉트카… ‘미래’를 만드는 현대차의 심장

이은택 기자
입력 2018-08-14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1:47:15
8일 경기 화성 현대기아자동차남양연구소 내 현대차디자인센터 품평실에서 송지현 현대내장디자인1팀 책임연구원, 홍래욱 현대디자인기획팀
 책임연구원, 이상엽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제승아 현대디자인기획지원팀 책임연구원(왼쪽부터)이 콘셉트카 르필루즈 앞에서 차량 
디자인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차 디자인을 논의, 수정, 결정하는 이 공간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화성=이은택 기자 
nabi@donga.com8일 경기 화성 현대기아자동차남양연구소 내 현대차디자인센터 품평실에서 송지현 현대내장디자인1팀 책임연구원, 홍래욱 현대디자인기획팀 책임연구원, 이상엽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제승아 현대디자인기획지원팀 책임연구원(왼쪽부터)이 콘셉트카 르필루즈 앞에서 차량 디자인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차 디자인을 논의, 수정, 결정하는 이 공간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화성=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8일 오전 경기 화성 현대기아자동차남양연구소 내 현대차디자인센터. 센터 내 깊숙한 곳에 있는 거대한 방에 들어서자 전면에 유리벽이 보였다. 천장은 미세하게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으로 뒤덮여 있었다. 등 뒤 2층 유리벽 너머 디자이너들의 공간이 보였다. 바닥 재질은 사물을 자연색 가깝게 볼 수 있도록 빛을 반사시키는 소재였다. 한가운데는 현대차의 미래 디자인을 나타낸 콘셉트카 르필루즈가 있었다.

이 공간은 품평실이다. 현대차의 신차나 콘셉트카가 비밀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디자인센터의 심장’이기도 하다. 거의 매달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회사 핵심 중역들, 디자인팀이 여기서 실제 차량이나 모형차를 놓고 4, 5시간씩 스탠딩 회의를 벌인다.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신차들은 약 3, 4년이 지나야 세상에 공개된다. 품평실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정 부회장, 디자인 담당자 등 몇 명뿐이다.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품평실에서 만난 이상엽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는 “디자인을 바꾸기 위해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 초 현대차 임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디자인 설명회가 열렸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출시할 신차 디자인을 내부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보통 이 상무가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날 무대에 오른 것은 20대 새내기 디자이너들이었다.

“미래에 이 차를 구입할 고객은 여러분 같은 중년이 아니라 저희 같은 20대 청년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설명하겠습니다.”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파격 발언에 중역들은 내심 뜨악했다. 좌중에는 정 부회장도 있었기 때문이다. 재기 발랄한 발표가 끝나고 난 뒤 정 부회장은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최근 현대차 디자이너들은 책상을 떠나 울산 생산공장, 소재생산공장을 자주 찾아다닌다. 벤틀리, 제너럴모터스(GM)에서 일하다 2016년 5월 현대차로 옮기며 ‘현장’을 강조한 이 상무의 주문이었다. 그는 디자이너들에게 “유리, 가죽, 철판이 어떻게 생산, 가공되는지 모르고 유리창, 가죽내장재, 차체를 디자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득했다. 송지현 현대내장디자인1팀 스타일링칼라부문 책임연구원(37)도 가죽의 염색 방식에 따른 세세한 색상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가죽공장을 여러 곳 돌아다녔다. 송 연구원은 “디자인은 책상에 앉아 펜으로 그리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말했다.

인적(人的) 구성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홍래욱 현대디자인기획팀 책임연구원(43)은 원래 본사 인사팀에서 일했다. 당시 인재 채용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는데 이 상무가 우연히 이를 본 것. ‘영상에 번뜩이는 구석이 있다’고 판단한 이 상무는 홍 연구원에게 “나와 일해보자”며 디자인센터로 데려왔다. 제승아 현대디자인기획지원팀 책임연구원(38)은 삼성중공업에서 디자인전략기획 업무를 하다 2015년 현대차로 옮겼다.

이 상무는 1990년대, 2000년대 초반 외국 완성차 업체에서 일할 때를 떠올리며 “당시 외국인들의 한국차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고 회상했다. 못생긴 차를 두고 “한국차같이 생겼다”고 핀잔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의 디자인 역량은 성장했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몇 년 전 일본의 모 브랜드는 현대차의 신차를 의식해 자사 디자인을 급히 변경했을 정도다.

내년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 등 신차를 대거 출시한다. 디자인팀원들은 “공개됐을 때의 반응을 상상하면 설렌다. 모두가 놀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화성=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