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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사전계약·고무줄 가격’… 벤츠·BMW 등 소비자 우롱

동아일보
입력 2018-06-20 07:34:00업데이트 2023-05-09 22:02:38
-신차 정보 없이도 사전계약 진행
-출고 시기 묻자 정부 인증 핑계
-딜러마다 수입차 판매가 들쑥날쑥
-소비자 분쟁에 소극적인 사업자들


<<지난해 12월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S클래스 구입을 위해 수천만 원대 계약금을 치른 김진명 씨(가명)는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당시 영업직원은 새로운 S클래스가 정부 인증 통과만 하면 빠른 시일 내에 차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해당 차량은 아직 국내 시장에 들어오지 않은 모델로 본사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출시 계획이 없었다. 그는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차량을 인도받지 못하고 있다”며 “업자들에게 우롱당한 느낌”이라고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수입차 판매 대행 업자들이 묻지마 사전계약이나 과도한 할인을 알선하는 등 시장 혼탁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수입차 신규 등록이 국내 시장에서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이 같은 판매 행태가 사라지지 않아 소비자 불만을 키우고 있다.
○ ‘묻지마’ 사전계약… 반년 지나도 못 받는 신차

통상 수입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를 앞두고 공식적으로 사전계약을 진행한다. 향후 생산량과 판매조건 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사전계약를 할 때 각 업체 별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선호하는 추세다.

하지만 업체들이 신차 제원이나 가격 등 기본 정보도 공개하지 않아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특히 일부에서는 차량 출시 계획이 나오지 상황에서 무턱대고 계약부터 받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으로 돌아간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S클래스 최상위 제품인 S650를 계약한 한 소비자는 6개월째 차량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계약 당시 인증절차에 돌입했다는 영업직원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신차는 지난달이 돼서야 환경부 인증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수입자인 임포터와 판매자인 딜러사로 나뉜 이원 구조다. 때문에 딜러사와 소비자간 분쟁이 발생해도 임포터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딜러사 직원이 개인적인 영업 활동을 벌인 것”이라며 “출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모델은 원칙적으로 사전계약 접수를 제한하도록 방침을 두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업자 스스로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이에 대한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소비자들은 딜러사를 고려해 수입차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보고 선택한다”며 “임포터들이 분쟁을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소비자들도 정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다양한 형태로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된다. BMW와 아우디 역시 일부 딜러사에 의해 출시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신차의 비공식 사전계약을 암암리에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영업직원은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둘러 계약하지 않으면 출고가 한참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는 등 신차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어 계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의 경우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출시 일정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는 차량 계약 시 이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각 브랜드 본사는 직원의 과도한 영업이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무분별한 ‘내 마음대로’ 할인… 제값주고 사면 ‘호갱’

불투명한 가격도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는 차량의 가격이 실제 현장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고무줄 가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할인 규모는 신차 사전계약과 마찬가지로 공식 할인과 비공식 할인이 구분돼 본사와 딜러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각 브랜드 본사는 매월 실적과 재고 규모 등을 검토해 할인 시기를 정한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제품 구매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었다.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기를 업체 방침과 일정에 맞추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게 되는 구조다.

BMW는 지난달까지 주력 모델인 5시리즈 일부 트림을 1000만 원 넘게 할인해 판매했다. 강력한 판촉으로 실적을 쌓아올린 BMW는 이달 할인 규모를 850만 원대로 축소했다. 상품성 개선 모델의 재고가 줄면서 공급 조절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완전 변경을 앞두고 국산 중형세단 가격에 판매됐던 3시리즈 일부 모델도 회사 정책에 따라 할인폭이 줄었다. 결과적으로 이달 BMW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동일한 차종을 전달보다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공식 할인은 BMW코리아가 책정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딜러사 재량에 의해 정해진다”며 “무분별한 할인을 지양하도록 권장하지만 사실상 딜러사가 제시하는 비공식 할인을 통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벤츠코리아의 경우 주력 모델인 E클래스 일부 트림을 800만 원가량 할인해 판매하다가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를 앞두고 물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동일 차종의 할인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올해 판매정상화에 들어간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신차 출시와 동시에 10% 넘는 할인과 추가 혜택으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간 과도한 할인경쟁은 부품값 인상이나 중고차값 하락에 영향을 미쳐 결국 소비자에게 손해를 줄 수 있다”며 “할인 규모에 혹해 수입차를 충동구매 하는 소비 습관도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정진수·김민범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