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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미래성장 위해 절박”

한우신 기자
입력 2018-05-18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2:10:57
현대모비스 분할을 핵심으로 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주주총회 통과가 어느 쪽으로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주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를 권고하는 가운데 실제 주총 표결에 참여하는 한 기관투자가는 찬성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29일 주총을 앞두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는 등 주주 설득을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17일 국내 대표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장고 끝에 반대 의견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등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자문사다. 현대모비스 지분 9.8%를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자문 계약을 맺고 있어 그간 이곳의 결정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등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를 표명하면서 국민연금의 표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를 권고했다고 해서 국민연금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주총에서는 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당시 결정 때문에 법적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논란 가능성이 있는 안건에는 자문사 의견에 따르는 것이 국민연금에 안전한 선택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안건 찬반 여부를 맡길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의결권전문위는 정부와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등이 추천한 학자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사용자단체 추천 1명은 공석이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실제 투자자의 판단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모비스 지분 0.09%(17일 종가 23만7500원 기준 약 205억 원어치)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날 “개편안에 찬성하는 것이 주주이자 운용사 입장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경영진이 직접 주주를 설득하며 주총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이원희 현대차 대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차가 기존 사업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에서 추진됐다”고 밝혔다. 개편 방안을 통해 모비스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연결성) 등 미래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원천 기술회사로 발돋움하고, 현대차는 모비스가 확보하는 기술을 미래 자동차로 구현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 수 있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임영득 대표도 앞서 16일 개편안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를 당부하는 입장문을 내 연이틀 계열사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