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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 산길에서 터프가이, 도심에선 젠틀맨

변종국 기자
입력 2018-04-23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2:18:21
2019 뉴 체로키가 암석으로 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오프로드를 달리고 있다. 4년 만에 전면부 디자인을 바꾼 뉴 체로키는 80여 가지의 안전 편의장치를 추가로 탑재했다. FCA코리아 제공2019 뉴 체로키가 암석으로 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오프로드를 달리고 있다. 4년 만에 전면부 디자인을 바꾼 뉴 체로키는 80여 가지의 안전 편의장치를 추가로 탑재했다. FCA코리아 제공
1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레이크 빌리지. 미국 자동차 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야심 차게 준비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지프(JEEP) ‘2019 뉴 체로키’를 타게 됐다. 뉴 체로키에 오르기 전, 한 지프 관계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영어로 말해서 전부 이해할 순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9단 변속기를 장착해 다양한 형태의 도로에서도 부드럽게 운행할 수 있다”는 자랑의 말은 알아들었다. ‘9단 변속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좋아졌겠지?’ 하는 기대 반, ‘미국 차가 뭐 별거 있겠어?’라는 의구심 반으로 체로키에 올랐다.

시승은 LA의 구불구불한 샌타모니카 산을 지나 말리부 해변이 보이는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이었다. 기자가 탄 뉴 체로키는 2.4L 엔진 가솔린 모델이었다. 국내에서 4월 출시된 모델과 같다. 시동을 켜자 강력한 엔진음이 들렸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의외로 부드러운 출발은 일단 그뤠잇! 시승하면서 승차감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일부 운전자는 “미국 차는 승차감이 좋지 않은 것이 단점”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특히 지프는 4륜 구동 SUV의 선구자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산길이나 비포장도로에서도 거뜬한 주행 능력을 강조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는 기우였다. 승차감만 놓고 봤을 땐 체로키의 경쟁 모델인 혼다 CR-V와 도요타 RAV4, 국내 준중형 SUV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핸들링이 무척 부드러웠다. 커브가 많은 산길에서 핸들링이 좋지 않은 차를 장시간 운전하면 무척 피곤해지지만 뉴 체로키의 경우 운전이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 모델보다 앞선 체로키 모델도 시승했는데, 이전 모델보다 핸들링이 크게 개선된 느낌이다. 커브길에서 가속해봤다. 차가 쏠린다는 느낌도 없었다. 가솔린 엔진이어서 산길을 오르는 중 가속을 덜 받는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차선이탈방지, 추돌 경고 시스템 등이 작동하면서 안전 주행을 도왔다. 도심을 주행할 땐 “내가 정말 지프를 타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순해진 야생마라는 느낌이랄까?

기어 변속도 부드러웠다. 노래를 부를 때를 생각해보자. 노련하지 못한 가수들은 점차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호흡이 딸려서 어느 순간 호흡을 한 번 크게 한다. 그러나 뉴 체로키는 점차 속도를 올려도 심호흡을 한 번 하는 듯한 단절이 없었다. 부드럽게 기어 변속이 되면서 주행이 이어졌다. 고음도 무리 없이 부르는 프로 가수처럼 말이다. 이런 부드러움을 가능하게 한 건, 차에 오르기 전 지프 관계자가 실컷 자랑했던 바로 9단 변속기 때문이다. 고효율의 9단 변속기가 차량이 항상 적절한 기어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지프 측 설명이다.

지프의 역사는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한 군용차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쟁터나 농촌 등 험지에서도 살아남았던 만큼 오프로드 주행능력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LA의 캐니언 랜치(Canyon Ranch)에 도착했다. 암석이 깔린 도로와 급경사, 45도로 기울어진 비탈길 등이 있는 오프로드 전문 코스다. 체로키 트레일호크(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강조한 모델)를 탔다. 3.2L 엔진을 써서 힘이 무척 좋았다. 가파른 언덕 코스는 물론이고 암석으로만 된 길도 거뜬했다. 급경사를 내려갈 때는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해줘서 핸들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오프로드 길을 현실에서 마주할 일도 없는데 과한 기능 아닌가?” 하지만 다양한 도로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건 운전의 재미뿐 아니라 연료의 효율성도 좋다는 뜻이다. 한국에 출시되는 뉴 체로키 모델에는 오토, 스노, 스포츠, 샌드·머드 모드가 있다. 도로 상태에 따라 주행 모드를 맞춰주면, 차가 스스로 최적의 동력을 바퀴에 전달한다. 다양한 주행 경험과 효율적인 차량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편의장치도 눈에 띈다. 발 동작만으로도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도 넣었다. 골프백이 들어갈 정도로 트렁크도 넓어졌다. 가격도 장점이다. 앞선 모델보다 기능과 성능이 대폭 강화됐지만 가격은 거의 그대로다. 판매 가격은 뉴 체로키 론지튜드 모델이 4490만 원, 론지튜드 하이 모델이 4790만 원으로 앞선 모델(론지튜드 4380만 원)보다 100만 원 정도만 비쌌다. FCA코리아는 조만간 체로키 디젤 모델도 출시한다. 2019 뉴 체로키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더욱 강력해진 터프가이, 그러나 가족과 연인에겐 달콤한 젠틀맨.’

로스앤젤레스=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