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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人주차 사업’에 투자금 몰린다

정세진기자
입력 2017-10-17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3:18:09
주차장설비업체인 다래파크텍의 통합관제센터(위쪽 사진)에서는 무인주차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20여 곳에 무인주차장을
 설치한 다래파크텍은 올해 9월까지 주차장 40여 곳을 무인화했다. 프랑스 스타트업인 스탠리 로보틱스는 대리주차 서비스를 하는 
주차 전용 로봇인 스탠(아래쪽 사진)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다래파크텍 및 스탠리 로보틱스 제공주차장설비업체인 다래파크텍의 통합관제센터(위쪽 사진)에서는 무인주차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20여 곳에 무인주차장을 설치한 다래파크텍은 올해 9월까지 주차장 40여 곳을 무인화했다. 프랑스 스타트업인 스탠리 로보틱스는 대리주차 서비스를 하는 주차 전용 로봇인 스탠(아래쪽 사진)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다래파크텍 및 스탠리 로보틱스 제공
건물관리업체인 대일은 최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대한빌딩 주차장을 무인화했다. 기존에는 관리자 1명이 하루 8시간 근무하면서 월 30만 원 안팎의 수익을 내던 이곳은 무인주차장으로 전환한 뒤에는 24시간 운영된다. 월 수익도 200만 원에 이른다. 설치 비용으로 약 4000만 원을 썼지만 2년이면 충분히 이익이 날 것으로 보인다.

강민규 대일 전무는 “건물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고 있어 현재 관리하는 분당 신도시 일대의 건물 주차장도 순차적으로 무인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차장 설비기술의 발전과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무인주차장을 도입하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기존의 주차장을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 사업체도 등장하면서 투자도 잇따른다.

주차장 운영서비스업체인 파킹클라우드는 7월 한국투자증권, IBK캐피탈과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을 상대로 120억 원을 투자받아 최근 2년간 340억 원을 유치했다. 지난해 4월에는 사모펀드운용사(PEF)인 VIG파트너스가 주차장관리업체인 하이노서비스에서 분리된 하이파킹을 3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주차장 사업에 뛰어든 GS그룹부터 물류업체를 인수한 SK㈜, KT의 부동산 계열사인 KT이스테이트까지 주차장 및 관련 설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주차장 사업에 나서는 것은 도심을 중심으로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인주차기술의 발전으로 수익성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의 주차장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3조 원에 이른다. 특히 도심의 빈 공간을 무인주차장으로 만든 일본의 파크24는 연평균 12.6%씩 성장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현재 수천억 원 수준에서 최대 1조 원 안팎(주차장 관련 산업 포함)으로 추정되는 국내 주차장 산업도 비슷한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가 카카오파킹 서비스를 내놓는 등 IT와 연계한 새로운 사업모델도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무인주차시설이 자동으로 차량번호를 인식하면서 주차장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로 주차비가 자동 결제되고 수익을 나누는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됐다. 차량번호를 인식해 운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자동차 상품에 대한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다. 무인주차장을 활용해 렌트카 서비스부터 전기차 충전소까지 운영할 수도 있다.

기계식 주차장에서 잇따라 사고가 나면서 물류창고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기술도 도입 중이다. 기존 기계식 주차는 사람이 직접 차를 타고 차량용 엘리베이터에 적재해야 했다. 하지만 SK㈜가 인수한 물류업체인 에스엠코어는 짐을 쌓을 때 쓰는 팰릿(화물 운반대)이 차량을 직접 갖고 이동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중국 업체는 납작한 슬라이드 판에 카메라를 달아 차량을 인식하게 하고, 차량이 팰릿에 올라서면 들어올려 이동시키는 주차용 로봇을 선보였다. 프랑스 스타트업인 스탠리 로보틱스는 아예 대리주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차 전용 로봇인 스탠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주차장설비업체인 다래파크텍의 김호중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결국 무인주차장은 기술과 관리능력이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무인주차 수요를 늘릴 수밖에 없다. 24시간 주차장을 운영하려면 교대근무자를 포함해 최소 4명의 직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야간근무자에게 드는 추가 수당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인건비로 월 10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무인주차장업계 관계자는 “인건비가 급등하는 동안 장비 값은 크게 떨어졌다”며 “최근에는 24시간 기준으로 무인주차설비와 관리 비용을 포함해 통상 월 200만∼300만 원 미만이면 운영이 가능해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주차장의 무인화로 중장년층의 생계형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공공주차장마저 무인화를 도입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저임금의 주차장 관리와 관련한 직업은 점차 사라지고 주차장 운영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