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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현대차 ‘그랜저IG’ 제작공정 살펴보니…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04-29 09:53:00업데이트 2023-05-10 00:14:05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완성된 그랜저IG가 최종 주행 점검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완성된 그랜저IG가 최종 주행 점검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지난 27일 오후 2시20분.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는 로봇들의 현란한 춤사위가 한창이었다. 일사분란하게 몸통을 이리저리 비틀어 대는가 하면, 아주 세밀하고 날카롭게 돌아가는 손동작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한 시간 남짓한 공장 견학 내내 로봇은 밀린 그랜저IG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현장 직원들은 생산라인이 최대 89% 자동화를 이룬 덕분에 보다 꼼꼼한 작업이 필요한 곳으로 집중 투입되고 있었다.

이기수 현대차 아산생산실 이사는 “그랜저IG에 대한 뜨거운 반응 덕분에 지난해 11월 이후 특근을 계속하는 중”이라며 “생산특근으로만 계산한다면 2016년 전체 생산특근 회수를 이미 초과했다”고 말했다.

신차 생산 전까지만 해도 아산공장 분위기는 좋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 달 평균 2만5000대를 만들던 곳에서 지난해 3분기(6~9월) 1만2000~3000대 수준으로 급감한 것. 하지만 신형 그랜저 출시 이후로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기수 이사는 “특별근무를 하지 않으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다음달에는 주말 4일 8회 특근이 확정됐다”고 했다.

이 공장은 그랜저·쏘나타·아슬란 등 현대차 핵심 차종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량은 30만대로 하루 최대 생산량은 1000대 수준이다. 그랜저는 주간 기준으로 하루에 523대가 만들어진다. 공장 직원들이 주말 특근을 포함해 주간연속 2교대로 오전 6시45분부터 자정까지 근무하며 최대치로 생산해내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판매된 신형 그랜저는 총 6만88대. 지난달 주문한 일부 고객은 아직까지 차량을 인도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약 1만8000대 이상을 더 찍어내야 주문 물량을 맞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지금 주문하면 옵션 사양에 따라 2개월 이상 기다려야 그랜저를 받을 수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출하된 부품을 남김없이 모두 사용하는 형태의 생산 방식을 채택해 재고 처리에 따른 비용낭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주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전자시스템으로 필요한 부품을 협력사에 요청하면 정해진 시간 내에 수급 받는 식이다. 도요타 JIT(Just In Time) 방식을 차별적으로 내재화한 것이다. 다만, 품질검사가 모두 완료된 부품을 수급 받기 때문에 발췌검사(Samping Inspection)는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네 가지 공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자동화율 89%의 프레스공장에선 5000톤 프레스 2개와 2700톤 프레스 하나가 하루 200톤씩 용도에 따라 철판을 찍고 다듬었다. 문짝과 펜더 등으로 재생산된 판넬은 100% 자동화 차체조립공장에서 317개의 로봇이 한 치의 오차 없이 균일하게 용접을 했다. 외부 유입에 따른 품질 저하 등의 이유로 견학이 허락되지 않았던 도장공정에서는 기계 힘을 71% 빌린다. 기계는 레이저 검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한다. 나머지 29%는 사람이 기계가 닿지 않는 틈새 도장작업을 보완한다. 11시간에 걸쳐 도장공정이 마무리되면 상대적으로 자동화율(14%)이 낮은 의정공정으로 넘어간다. 차체에 3만가지 이상 각종 부품들을 조립해 자동차를 완성하는 마무리 생산 단계로 구석구석 사람 손길이 닿아야하기 때문에 가장 신중한 작업이다. 각기 다른 옵션 사양은 차체에 부착된 ‘전자 테그’가 안내한다. 작업자는 이에 맞게 필요한 부품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조립한다.

여기에 품질 관리는 핵심이다. 회사는 작업자가 자동차에 설치하는 전기 배선 등 주요 부품을 조립하다 실수할 경우를 대비해 마이미스(My Miss) 제도를 마련해 놨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직접 품질 개선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차량 투입 전 주요 작업실수 및 흠집 발생 부위에 사전 태그를 부착해 작업 시 주의를 주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최종 생산 라인에서는 54초마다 자동차 1대가 완성된다. 자동차 1대에 제작되는 소요되는 총 생산 시간은 21시간이 걸린다.

회사는 높은 자동화율 만큼이나 고용 확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2015년 하청직영화 실시 후 4월 현재까지 약 5400명의 특별고용이 완료된 상태다. 이 가운데 아산공장은 460명 정도가 하청에서 직영으로 전환됐다.

친환경시설 구축에 대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아산공장 지붕 전체면적의 68%(21만3000㎡)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돼 국내 최대 지붕발전량인 10MW(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중이다. 이는 연간 이산화탄소 5600톤을 감축시키는 효과다. 또한 하루 5000톤의 폐수를 7단계로 처리하는 국내 최대 폐수 무방류 시스템과 3중 침출수 차단 설비도 갖추고 있다.

아산=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한눈에 보는 아산공장::
▲1996년 완공 ▲4000명 근무 ▲공장면적 183만㎡ ▲북미·유럽 등 77개국 수출 ▲연간 30만대 완성차 생산(글로벌 총 생산능력 6%) ▲3개 차종 생산(그랜저·쏘나타·아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