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확보” 선거 공약 내건 기아차 노조

지민구 기자

입력 2019-10-04 03:00:00 수정 2019-10-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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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선거 출마한 5개 그룹 모두 “전기-수소차 생산설비 유치할것”
임금-복지 대신 ‘물량 공약’ 제시… 車수요 줄고 친환경차 선호 영향
업계 “국내 공장간 갈등 우려”


기아자동차의 차기 노동조합 집행부 선거전에서 공장 간 친환경차의 생산물량 확보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임금인상이나 복지제도 확대가 주요 관심사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기존의 내연기관차 중심의 완성차 수요는 감소하고 친환경차의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같은 회사의 공장들 간에도 생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에 따르면 차기(26대) 집행부를 뽑는 선거에 총 5개 그룹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조합원 3만여 명이 속한 기아차 노조는 선거를 통해 지부장(노조 위원장)과 짝을 이룬 소하·화성·광주공장 지회장 등 임원 8명을 2년마다 선출한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5개 그룹은 모두 핵심 공약으로 ‘친환경차 생산 설비 확보를 통한 추가 물량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조 위원장에 출마한 후보들은 특정 공장의 친환경차 설비 투자를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함께 러닝메이트로 나온 공장별 지회장들은 자신들의 계파를 지지하면 자신이 속한 공장으로 신형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생산하도록 사측에 요구하겠다고 노조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이 줄어드는 가운데 친환경차 물량을 확보한 공장 근로자들만이 야근과 특근 등을 통해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기아차 노조 사정에 밝은 내부 관계자는 “차기 집행부가 선출돼도 기아차 3개 공장의 지회장들이 공장별 물량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노조 내부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기아차 노사는 지난달 고용안정위원회를 열어 2021년까지 전기차 전용 모델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후 수소전기차도 양산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어느 공장에 신규 설비를 투자할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차기 선거에 나선 한 후보자는 “미래차 시대에 (회사가)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부도 사태가 재발할 것”이라면서 “친환경차 조립·부품 공장을 우리 공장에 유치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팰리세이드 증산을 결정할 때 울산 2, 4공장이 물량 확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드러낸 것처럼 생산량을 두고 같은 회사의 국내 공장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다른 곳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본격적으로 차기 집행부 선거전에 돌입하는 현대차 노조 역시 각 후보자가 친환경차 생산 설비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도 울산 1∼5공장 중 2곳만 2025년까지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이다.

해외 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GM의 국내 3개 공장과 르노삼성은 각각 미국과 유럽의 생산 공장들과 물량 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양사 모두 노사 분규가 이어지면서 9월 누적 기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한국GM이 9.5%, 르노삼성은 24.4% 각각 감소했다. 미국 GM과 프랑스 르노 본사에 생산 효율성을 내세우며 한국으로의 물량 확보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아진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GM·르노삼성 노조는 현대·기아차와 달리 최악의 경우 해외 대주주가 철수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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