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다음 달 1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사는 사업 정관에 ‘온라인 중고차 거래 관련 일체의 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오토 옥션’이라는 브랜드로 홈페이지를 열어 온라인 중고차 도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부터 중고차 도매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전국 3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차 매매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현대글로비스가 직접 매입한 중고차를 경매로 판매해왔다. 누적 출고량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00만 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AJ렌터나 롯데렌터카 등 다른 중고차 도매 사업자와 달리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아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중고차를 매입하는 고객사에서 경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플랫폼 구축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국내 1위 완성차 업체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확장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확장을 계기로 이른바 ‘레몬 마켓(정보 비대칭 시장)’으로 불린 중고차 시장이 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는 중고차의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 구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온라인에서 더 많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직접 점검을 마친 중고차를 공급하면 매물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도매 시장 1위 사업자인 현대글로비스가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넓히고 사업을 확장하면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소매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소매) 진출을 제한한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가 이달 말 종료되는 상황에서 현대글로비스가 이를 겨냥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 소비자가 매매 사업자를 통해 경매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데 소매 사업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중고차 소매 사업 진출은 검토한 일이 전혀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면서 “개인 소비자 중에서도 경매를 통해 나오는 중고차를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있어서 온라인 플랫폼에서 해당 사업자와 소매 사업자를 연결해 주는 모델일 뿐이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