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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뿌리내린 ‘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을 가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12-15 11:35:00업데이트 2023-05-09 21:08:08
올 한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가장 의미 있는 업적을 꼽으라면 단연 ‘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 개관을 들 수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제주도에 브랜드 전용 박물관 설립을 구상해왔던 한불모터스가 5년간 공들인 끝에 이달 초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한국에서 자동차 박물관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푸조·시트로엥 박물관이 프랑스 외 다른 국가에서 세워진 것도 최초라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같은 성과는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의 ‘뚝심’이 큰 역할을 했다. 송 대표는 2년 전 박물관 착공이 시작된 이후 백차례 이상 왕복하며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송 대표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 업체들 인기가 높지만 푸조와 시트로엥은 인지도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당장 판매에 급급하기 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재구성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가 5일 푸조시트로엥 자동차 개관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가 5일 푸조시트로엥 자동차 개관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어 “개인적으로 제주 올레 길을 세 번 이상 완주하며 사업을 구체적으로 구상했다”며 “가족, 친구 또는 연인과 방문한 제주도에서 푸조와 시트로엥을 좀 더 자연스럽게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한불모터스 박물관 건립 추진은 푸조·시트로엥의 헤리티지가 밑바탕 됐다. 1810년 처음 등장한 푸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다. 밀림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사자를 엠블럼으로 선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919년 설립된 시트로엥 역시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이 같은 역사는 푸조·시트로엥 박물관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푸조·시트로엥 박물관은 볼거리가 몰려있는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서 1km 거리에 위치한다. 연면적 8264m²의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조성됐다.

박물관에 도착하면 프랑스 상징 건축물인 에펠탑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외부 곳곳에는 개선문이나 콩코드 광장 등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의 대형 사진을 배치해 현지 분위기 연출을 도왔다.

박물관 1층에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푸조·시트로엥 대표 차종들이 전시된 푸조·시트로엥 쇼룸과 브랜드 역사와 스토리를 담은 각종 오리지널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놨다. 기념품은 프랑스 본사에서 직접 들여온다.
시트로엥 트락숑 아방(왼쪽).시트로엥 트락숑 아방(왼쪽).

이와 함께 시트로엥 100년 역사에서 만들어진 모든 차량의 내·외부 디자인과 엔진 및 시동음, 경적 소리 등을 온·오프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트로엥 오리진스’도 갖춰져 있다. 체험 공간 바로 옆에는 전세계 자동차 산업에 한 획을 그은 트락숑 아방을 전시했다. 1934년 제작된 이 차는 프랑스어로 전륜구동을 의미한다. 세계 최초 양산형 전륜 구동차이자 모노코크 프레임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트락숑 아방은 유럽 중형 세단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모델이다.
푸조 139 A 토르피도.푸조 139 A 토르피도.

2층은 푸조·시트로엥 초창기부터 현재 모델들을 더욱 가까이 만날 수 있다. 입구부터 시계방향으로 관람하면 푸조의 과거부터 현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콘셉트다. 한불모터스는 19세기말 생산된 푸조·시트로엥 모델 핵심만 모아 전시했다. 특히 ‘139 A 토르피도’는 1911년에 출시돼 2년간 551대가 생산됐는데 그 중에 1대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박물관에서 가장 오래된 차량인 푸조 타입 139 A 토르피도는 PSA그룹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들여온 모델이다.
한불모터스는 현재까지 박물관에 약 110억 원을 투자했다. 전시차량 중 일부는 직접 구입했고, 32대는 PSA 그룹으로부터 장기 임대 형식으로 지원받는다. 7대는 현재 박물관에 전시돼 있으며 나머지 14대는 내년에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또 2층에는 타입 153BR 토르피도(1923년), 201C 세단(1930년), 401D 리무진(1935년), 601세단(1934년) 등 5대 클래식 카, 1970년대에 생산된 604 세단부터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 생산한 207CC 등 총 17대의 기념비적인 차량들을 전시했다.

이 자동차 박물관은 현재 한불모터스가 운영중인 제주도 푸조 시트로엥 렌터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관광객이 연간 1400만 명에 이르는 만큼 박물관과 렌터카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에게 푸조와 시트로엥의 매력과 가치를 알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수입차 최초로 시작한 직영 렌터카 사업은 현재까지 약 1만2000회 고객 이용 현황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공항에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4958㎡(1500평) 규모의 렌터카하우스와 차량 관리를 위한 경정비, 차량 내외부 세차 시설을 갖췄다. 올해 11월 기준 푸조, 시트로엥, DS 브랜드 13개 차종 200 여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평균 마일리지 5000km 이하의 신차급 차량만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푸조·시트로엥 제주렌터카는 최근 제주시 관광진흥과에서 주관한 ‘2018 하반기 관광사업체 친절 모니터링·관광객 인터뷰’에서 교통업종 친절 우수 1위 업체에 선정됐다.

푸조 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은 공휴일 제외 평일과 주말 모두 9시부터 18시까지 운영한다.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6000원, 학생 4000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2000원이다. 푸조 또는 시트로엥 차량 보유 고객이나 푸조 시트로엥 제주도 렌터카 이용고객, 20인 이상 단체 관람객, 제주 도민에게는 할인을 제공한다.

제주=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