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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변질… 勞 과욕에 좌초 위기

김현수 기자 , 이형주 기자
입력 2018-11-16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1:18:40
노사 상생 모델로 주목받았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계속 달라지는 조건 속에 표류하고 있다. 광주시가 현대자동차와의 협상 데드라인으로 잡은 15일에도 이견만 확인했다. 시는 협상을 이어나가겠다고 했지만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광주시 관계자는 “14일부터 1박 2일 동안 현대차와 협상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18일까지 협의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국회 예산 심의 일정을 고려해 이날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밝혀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달 말까지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임금, 근로시간, 경영 방침 등 조건이 바뀌지 않으면 타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노사 상생모델로 나온 제안이 이미 정치논리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애초 노사정이 협력해 경쟁력 있는 지속 가능 사업 모델을 창출하자는 취지였다. 광주시가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고, 현대차 등 기업이 위탁생산을 맡기는 형태다. 기업이 위탁생산을 맡기려면 수익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럼에도 사업의 주체가 될 시가 노동계에 휘말려 기업에 ‘대승적 차원’으로 ‘무조건 투자’를 압박하는 형국이 됐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5월 투자의향서를 제출할 때 처음 제안받은 ‘주 44시간 평균 임금 3500만 원’이면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달 14일 광주시와 지역 노동계가 만든 합의문에 적정 임금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하에 추후 논의’로 바뀌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곳 평균 임금(9213만 원)과 비슷하게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주 40시간에 초임(신입) 평균 임금 3500만 원’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경력직을 포함하면 평균 임금은 훌쩍 올라간다.

현대차는 계속 바뀌는 광주시의 투자제안서에 난감한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수익성이 없는데 마지못해 투자하면 훗날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경쟁력 있는 사업이면 현대차 말고도 한국GM, 르노삼성도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라며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논리로 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광주에 있는 기아자동차 연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만 대 줄었다. 한국 자동차 공급 과잉 상태, 낮은 생산성 등 기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으로만 접근한 노사 상생모델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