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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국도로공사 커피 사업, 특정 업체 밀어주기 ‘짬짜미’ 의혹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10-14 15:24:00업데이트 2023-05-09 21:30:24
취약계층 앞세워 이권 밀어주기
도공·커피 업체 사장 친분 의심


최근 수도권 지역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시범 운영중인 ‘이엑스-카페(ex-cafe)’가 납품 과정에서 짬짜미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사업을 기획한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카페 운영에 필요한 커피 원두 및 추출기를 특정 업체 제품으로 구입을 권유하는 등 제일선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엑스 카페는 한국도로공사가 취업취약계층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야심차게 선보인 커피 전문점이다. 지난 6월 25일 도로공사 직영 중부고속도로 하남휴게소에서 첫 선을 보인 이엑스 카페는 8월 14일 모집 공고를 통해 선발된 만 20~39세 미만 취업취약계층 6개 팀이 죽전·기흥·안성·화성·천안·죽암휴게소 등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들 청년창업자는 사업 초기 비용이 들지 않는 혜택을 보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대신 각 휴게소 임대 운영자들이 커피 원두와 추출기를 직접 구입하는 형태로 창업자들을 지원한다. 또 카페 매장 공간과 함께 인테리어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중부고속도로 하남드림휴게소에 개관한 커피전문점 이엑스 카페에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왼쪽)이 방문해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지난 6월 22일 중부고속도로 하남드림휴게소에 개관한 커피전문점 이엑스 카페에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왼쪽)이 방문해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커피 업체가 입찰 경쟁 없이 특혜를 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현재 이엑스 카페 7곳 중 6곳이 문제의 업체인 ‘테쿰’에서 매장마다 5~6개 커피머신 엔파체(소비자가 195만 원)와 생두를 납품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한 곳만 다른 업체의 커피머신을 사용했다. 테쿰은 커피 유통 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막 1년을 넘겼다. 신생업체치고는 드물게 공공기관의 굵직한 사업을 따내는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특히 도로공사는 애초에 이 업체를 염두 한 듯 사업개요를 작성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도공이 공개한 이엑스 카페 사업개요에 따르면 품질관리 항목에 ‘싱글 오리진(원두를 블렌딩하지 않음)’이라고 명시해 놨다. 블렌딩이란 특성이 다른 2가지 이상의 커피를 혼합해 새로운 향미를 가진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일컫는다. 흔히 프렌차이즈 커피 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블렌딩 원두를 사용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싱글 오리진을 특성에 맞게 쓰기도 하지만 소비자가격이 꽤 높은 편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8월 14일 공개한 이엑스 카페 청년 창업 운영안.한국도로공사가 지난 8월 14일 공개한 이엑스 카페 청년 창업 운영안.
테쿰이 판매하고 있는 원두 설명서. 테쿰 홈페이지 캡처테쿰이 판매하고 있는 원두 설명서. 테쿰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테쿰은 블렌딩한 원두가 아닌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니에리 ▲과테말라 안티구아 ▲코스타리카 따라주 등 ‘싱글 오리진 생두’라고 제품 유형을 구분해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엑스 카페는 취업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줌과 동시에 고품질 원두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시중 카페 절반 수준인 2500원으로 낮춰 고속도로 이용객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큰 규모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에 협조하는 각 휴게소가 입찰 없이 자율적으로 물품을 구입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의 이 같은 해명과 달리 이미 내정한 업체를 추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로공사는 이엑스 카페 관련 TF팀을 구성해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했다”며 “이때 영업 장비를 테쿰 제품으로 구입하기로 하고, 대외적으로는 자율 구입으로 말을 맞추자고 제안했다”고 우려했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우제창 테쿰 대표가 지난 6월 22일 하남휴게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한 교회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었다. 현재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우제창 테쿰 대표가 지난 6월 22일 하남휴게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한 교회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었다. 현재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도공은 앞으로 전국 150개 고속도로휴게소에 이엑스 카페를 개설할 계획인데, 이 사업에도 테쿰이 상당수 참여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테쿰 대표 지인으로 추정되는 A씨는 교회 소식을 다루는 한 커뮤니티에 “우제창 장로님께서 고속도로휴게소 하남드림휴게소에 이엑스 카페1호점을 내셨습니다. 한국도로공사와의 계약을 통해 고속도로휴게소 150개에 이엑스 카페를 오픈하실 계획이라고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에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우제창 테쿰 대표의 개인적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들은 2009년 민주당에서 정치 동지로 한 배를 탔던 인물이다. 당시 이강래 사장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우제창 대표는 원내대변인이었다. 우 씨는 지난해 커피 유통사업에 뛰어들며 주목을 받았다.

도공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업체 대표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카페 사업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나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