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줄어든 中배터리업계 ‘방전’… 국내 기업엔 ‘반전’

황태호기자

입력 2018-09-04 03:00:00 수정 2018-09-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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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가 현지 당국의 보조금 축소 여파로 잇따라 파산하거나 생산을 중단하는 등 대혼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자국 내수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한국, 일본 기업을 제쳐 온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 축소라는 ‘부메랑’을 맞은 것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3위 업체인 옵티멈나노가 지난달 자금 부족을 이유로 향후 6개월간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올해 4월 이 회사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감산에 들어갔다. 2002년 설립된 옵티멈나노의 기업가치는 2014년 9억 위안(약 1457억4600만 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 52억 위안까지 치솟았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222만 위안에서 4억2500만 위안으로 수직상승했다. 비결은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덕분이었다.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에너지 절약형 및 신에너지 자동차 발전계획’을 추진하며 전기차 업체에 자동차 가격의 절반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서 선진국에 뒤진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에서 따라잡겠다는 의도다.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자국산 차량에 보조금을 차별 지급하며 산업 경쟁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부실 성장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보조금을 폐지한다고 결정하고 지난해부터 단계적 감축에 나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6년 주행거리 250km인 전기차(1회 충전 기준) 한 대당 총 11만 위안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6만6000위안으로 보조금 규모가 반 토막 났고, 올해부턴 다시 최대 절반까지 줄었다. 2년 동안 보조금이 4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주행거리 150km 이하 모델은 보조금 지급이 아예 폐지됐다.

중국 1위이자 일본 파나소닉과 세계 선두를 다투고 있는 CATL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CATL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5년 8억8000만 위안에서 2016년 29억6000만 위안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는 24억7000만 위안으로 감소했다. 중국 2위 업체인 BYD도 올해 상반기 이익이 전년 대비 72%나 급감했고, 인룽(銀隆)뉴에너지는 경영난으로 지난달 생산설비가 압류되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은 조심스레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보조금이 폐지되는 2020년까지 경쟁력 없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도태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발 과잉생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중국에 비해 기술력이 앞서는 한국 기업으로선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GGII에 따르면 2016년 109개에 달했던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는 지난해 80개로 감소했고, 2020년엔 10∼20개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보조금 폐지 방침을 번복하거나 다른 방식의 규제를 만들 가능성도 없진 않다. 이에 대해 한 중국 전문가는 “미중(美中) 무역 분쟁 때문에 ‘아군 만들기’가 필요한 중국 정부가 다시 보조금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국내 기업으로선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앞으로 전개될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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