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판결 난 ‘쌍용차 파업’에도 면죄부 주라는 경찰 조사위

조동주 기자

입력 2018-08-29 03:00:00 수정 2018-08-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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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시위’ 이어 손배소 취하 권고

2009년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점거 파업 당시 경찰이 주최 측에 낸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경찰이 헬기를 동원해 노조원을 위협하는 등 과잉 진압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진상조사위는 2009년 5∼8월 평택 쌍용차 공장 점거 파업 당시 국가와 피해 경찰관 122명이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104명을 상대로 낸 16억6961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고 28일 권고했다.

2009년 4월 쌍용차가 근로자 2646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하자 노조는 이에 반대하며 공장 점거 농성을 벌였다. 경찰이 진압작전을 펴자 노조원들은 극렬히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헬기와 기중기, 차량, 진압장비 등이 손상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경찰이 위법하게 진압한 만큼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는 게 진상조사위의 판단이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시위 진압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살수차를 사용해야 하는데도 유통기한이 5년 이상 지난 최루액을 섞은 물을 20만 L 넘게 뿌려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헬기에 물탱크를 싣고 하늘에서 최루액을 뿌린 것, 경찰 헬기가 공장 옥상에서 30∼120m 높이로 저공비행하며 강풍을 날린 것, 대테러장비로 분류됐던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노조원들에게 사용한 것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또 진상조사위는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이 쌍용차 공장 내부 경찰 투입에 반대하자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청와대에 직접 연락해 진압 작전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과잉 진압한 측면이 있더라도 사법부가 이미 손해배상 소송 1, 2심에서 경찰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 판단만을 앞둔 상황에서 경찰 스스로 중도에 포기하라는 권고는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1심에서 노조가 새총으로 볼트를 쏴 경찰 헬기의 날개 유리 등을 파손하고 기중기를 망가뜨린 데다 경찰관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을 인정해 14억140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기중기 피해 중 일부는 경찰의 지시로 과도하게 조작된 데 따른 점 등을 인정해 배상액을 11억6761만 원으로 줄였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2015년 민중총궐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고 21일 권고했다. 이 소송은 1심 판결이 안 나온 상태여서 법원의 직권조정이란 형식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쌍용차 사건은 2심 판결까지 나왔기 때문에 소송을 중단하려면 원고인 경찰이 직접 취하해야 한다.

진상조사위 내부에서도 ‘사법부가 이미 판단한 사안에 대해 반대 취지로 권고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위원 10명 중 과반수인 6명이 소송 취하 권고에 찬성해 의결됐다고 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사법부가 불법 시위로 인한 피해를 두 차례나 인정한 소송을 경찰 스스로 포기하는 건 사실상 경찰청장의 배임죄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불법 폭력시위로 경찰 조직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게 경찰청장의 직무인데 권고안을 받아들인다면 피해를 사실상 방조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경찰청장뿐 아니라 소송 실무자까지도 배임죄의 공범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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