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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R 부품 결함 2년전에 알고도… BMW, 리콜 바로 안하고 은폐 의혹

이은택 기자 , 변종국 기자 , 강성휘 기자
입력 2018-08-07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1:48:53
요한 에벤비힐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수석부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BMW 차량의 화재 사고의 원인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요한 에벤비힐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수석부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BMW 차량의 화재 사고의 원인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BMW가 연쇄 화재사건 해명을 위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부정확한 통계를 인용하며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일관해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BMW코리아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 독일 BMW본사의 요한 에벤비힐러 품질관리부문수석부사장, 게르하르트 뵈를레 글로벌리콜담당책임자, 페터 네피셔 디젤엔진개발총괄책임자, 글렌 슈미트 기업커뮤니케이션총괄책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BMW 본사의 해명과 이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반박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화재의 원인은 무엇인가.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쿨러(냉각기)에서 냉각수가 샜고 여기 축적된 침전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프트웨어(SW) 문제가 아니다. 많은 전문가가 방대한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해 결론 냈다.”

하지만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자동차도 BMW가 공급받은 EGR 제조업체에서 만든 제품을 장착한 차종이 있다. 그 차들은 왜 불이 안 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SW 결함 가능성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임인권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2011년, 2012년부터 판 차량들이 이제 와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는 현상을 살펴보면 SW 결함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유럽 환경기준이 유로5에서 유로6으로 강화됐는데 이를 맞추려고 SW에 손을 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SW를 공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왜 최근 한국에서 화재가 집중되는가.

“한국은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델과 SW, 하드웨어(HW)가 모두 같다. 판매량 대비 EGR 결함률을 보면 한국은 0.10%,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0.12%로 거의 같다. 유럽에서도 이미 한국과 똑같은 기술적 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BMW가 제시한 통계는 화재 통계가 아니라 EGR 결함과 관련된 모든 증상을 모은 수치였다. 해외 EGR 결함으로 인한 화재 통계 등을 밝히지 않았다. 에벤비힐러 수석부사장은 “화재 비율은 (EGR 결함이 있는 차량의) 약 1%밖에 안 될 것”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이날 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BMW 화재 브리핑에서 “BMW가 현재까지 진행한 안전진단 결과 10%가 문제 차량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 차량이 10만6000대임을 감안하면 화재 위험이 있는 차량은 약 1만 대인 셈이다.

최근 화재가 집중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BMW코리아 관계자도 “그 부분은 솔직히 원인을 모른다”고 말했다.

―BMW와 정부의 은폐·늑장대응 논란이 있는데….

“독일 본사는 2016년 EGR 부품에 작은 천공(구멍)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를 받았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정확하게 (화재의) 근본 원인을 파악한 것은 올해 6월이다.”

하지만 BMW는 2016년 12월부터 개량한 EGR 모듈을 썼고, 이들 차량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리콜 대상도 아니다. 늑장 리콜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화재 원인을 밝힐 능력이 없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날 김 실장은 “부실 안전진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BMW에 근본 대책을 세우라는 요청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변종국·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