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자국내 생산’ 대놓고 압박하는데… GM사태 벌써 잊었나”

김현수 기자 , 박용 특파원

입력 2018-07-03 03:00:00 수정 2018-07-0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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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
美 고율관세땐 수출 경쟁력 없어… 트럼프 “결국 美서 차 만들게 될것”
현대차 노조 “임금 5.3% 올려달라”
올들어 12차례 교섭… 접점 못찾아


“벌써 한국GM 사태는 잊혀진 것 같다.”

2일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숨부터 쉬었다. 이날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시킨 날이다. 조만간 파업 날짜도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2014∼2017년 누적적자가 3조 원에 달해도 매년 노조에 끌려다니며 임금을 올렸다. 미국 본사도, 노동조합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손을 놨다. 그 결과가 올해 5월 군산공장 폐쇄로 이어졌다. 한국GM, 미국 본사, 근로자, 한국 정부에 이어 지역 경제까지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런데도 한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어김없이 하반기(7∼12월) 노사 갈등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 강성 노조, 중국 자동차 경쟁력 위협, 미국발 고율 관세 부과까지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한국 생산을 해외로 이전할 이유는 많아졌는데 유지할 이유는 줄고 있다. 생산성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미국, 노골적 미국 생산 강요

“앞으로 일어날 일은 무관세다. 왜 그런 줄 아느냐. 그들은 미국에서 차를 생산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방송된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세가 독일 일본 한국 등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확인했다.

주요 타깃은 미국이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캐나다와 멕시코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타격은 한국이 고스란히 받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멕시코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기업의 주요 생산지다.

한국은 연간 자동차 생산량 약 410만 대 중 100만 대가량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엔저 기조 때문에 미국에서 동급 차 기준으로 한국차와 일본 도요타 차는 가격 차가 작은 상태다. 여기에 관세 25%가 붙는다면 사실상 미국에서만 생산하라는 얘기다. 한국 고용에 심각한 위기”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관세 부과 시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2003년 수준으로 돌아갈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당초 철강 관세의 경우 조사 기간이 10개월이라 미국 상무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조사에도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조사가 3, 4주 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업계가 대응할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11월 중간선거 전으로 조사 완료 시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 안으로는 하투 본격화 조짐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노조의 하투가 본격화될 조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사측은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임금을 인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매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12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노조의 요구는 올해 호봉승급분을 제외하고 임금 인상률 5.3%(11만6276원)와 비정규직 임금 인상률 7.4%를 지켜 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했다. 사측이 기본급 3만5000원(호봉승급 포함)과 성과급 200%+100만 원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노조의 요구도 표면적으로는 임금 인상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오히려 임금 10% 반납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도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매년 임단협으로 노사 갈등이 반복되며 제조업 위기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이 국가들은 2010년대부터 꾸준한 노동 개혁과 노사 관계 회복으로 생산성 혁신에 나서는 추세다. 특히 스페인은 2007년 289만 대였던 자동차 생산량이 2012년 198만 대까지 꾸준히 감소하자 정부가 나서 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강도 높은 노동 개혁으로 생산성 높이기에 나섰다. 결국 자동차 생산량은 2017년 287만 대로 2012년 대비 45.2% 늘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주요 자동차 생산국은 자국 공장의 해외 이전을 막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노사 간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며 “안팎으로 어려운 한국 자동차 및 제조업에 협력적 관계가 자리 잡아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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