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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디자인·퍼포먼스…소형 해치백 ‘클리오’의 반란

원성열 기자
입력 2018-05-21 05:45:00업데이트 2023-05-09 22:10:42
르노삼성의 올해 유일한 신차이자 기대주 소형 해치백 ‘클리오’. 균형감을 갖춘 매력적인 디자인과 빠르고 편리한 변속을 통한 펀드라이빙, 17.7km/L의 뛰어난 공인 복합 연비 등이 강점이다. 사진제공|르노삼성르노삼성의 올해 유일한 신차이자 기대주 소형 해치백 ‘클리오’. 균형감을 갖춘 매력적인 디자인과 빠르고 편리한 변속을 통한 펀드라이빙, 17.7km/L의 뛰어난 공인 복합 연비 등이 강점이다. 사진제공|르노삼성
■ 르노삼성 올해의 야심작 ‘클리오’ 시승기

프랑스 브랜드 달고온 사실상 수입차
관능적 라인·뒤태·균형감도 압권
고속주행서 가속력 굿 ‘펀드라이빙’
연비 17.7km/L 동급 수입차 1위


‘해치백 매력의 재발견.’

르노삼성의 올해 유일한 신차이자 최대 기대주인 소형 해치백 ‘클리오’ 시승 소감을 압축한 말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해치백은 어떤 마케팅도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정설로 굳어질 정도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클리오가 속한 B세그먼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1%에 불과하다. 소형·준중형·중형을 가리지 않고 SUV가 대세인 시대에 클리오는 어떤 매력으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클리오를 시승했다.

● 클리오가 소형 해치백 성공 신화 쓸까?

클리오는 르노삼성이 판매하기는 하지만 프랑스 르노 브랜드와 로고를 그대로 달고 들어온 사실상 수입차다. 르노는 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은 유럽 대표 브랜드로 특히 콤팩트카를 만드는 기술력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때문에 유럽에서 클리오는 20세기 후반을 지배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치백의 강자인 폭스바겐의 폴로를 제치고 유럽 서브콤팩트카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의 검증은 끝났지만 한국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클리오의 출시를 앞두고 ‘한국 시장에서는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말 한국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인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승을 통해 살펴본 클리오는 이런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매력을 지녔다. 한국시장에서 소형 해치백이 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만한 매력을 갖춘 소형 해치백이 아직 없었을 뿐이다.

일단 클리오를 직접 보면 자동차 구매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클리오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르노의 차세대 디자인 철학을 담은 콘셉트카 ‘드지르’의 관능적인 라인을 그대로 계승한 뒤태는 특히 치명적이다. 낮고 당당한 전고, 세련된 균형감각을 지닌 측면 비율 등 어느 쪽을 봐도 아쉬운 곳이 없다. 국산·수입차를 막론하고 최근 출시된 신차들 중 동급 세그먼트에서 이만한 균형감을 갖춘 디자인을 지닌 차는 찾기 어렵다.

사진제공|르노삼성사진제공|르노삼성

● 펀드라이빙 능력에 동급 최고 수준 연비까지

클리오의 진짜 매력은 달리기 능력에 있다. 클리오에는 1.5dci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앞서 QM3를 통해 선보인 엔진으로 이미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연비를 자랑하는 엔진으로 검증을 끝마쳤다. 최고 출력은 90마력(4000rpm), 최대 토크는 22.4kg.m이다.

1.5 디젤 엔진으로 무슨 운전의 재미가 있겠느냐 하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클리오에는 르노의 F1 엔진 개발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터보차저의 저속 응답성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저속 구간에서 토크가 빠르게 상승하는 특성 때문에 출발∼60km/h의 속도에 이를 때까지 소형차에서 흔히 느껴졌던 답답한 가속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구간이 일상 가속 영역인 1750∼2500rpm 구간이기 때문에 도심 주행에 특히 최적화되어 있다. 고속도로 구간에서도 추월 가속력이나 고속 주행 능력에서 큰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1.5 엔진을 장착한 소형 차량들은 고속 영역에서의 엔진 소음이 거슬리는 경우가 많은데 클리오는 고속 영역에서도 허둥대거나 큰 소음을 내지 않고 꾸준하게 가속되는 편이다. 또한 고속 구간에서는 F1 기술 중 하나인 과출력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 감소 기능 덕분에 연료 절감도 함께 이뤄진다.

1.5dci 엔진과 독일 게트락(getrag)사의 듀얼클러치 변속기와의 궁합도 환상적이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엔진과 변속기가 직결되어 높은 효율을 내면서도 빠르고 편리한 변속이 가능하다. 클리오가 지닌 펀드라이빙 능력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3세대 모델 대비 약 100kg 가벼워진 날렵한 차체와 동급 최대 휠베이스, 낮은 전고, 고속 코너링과 고속 직진 안정성을 구현하는 데 최적화된 서스펜션 튜닝 덕분에 클리오는 1.5 디젤 엔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파워풀하고 안정적인 운전재미를 안겨준다. 바로 서킷에 올려 한계주행능력을 체감해보고 싶을 정도로 믿음직한 코너링 능력은 특히 발군이다.

사진제공|르노삼성사진제공|르노삼성

또한 클리오는 차를 마음껏 재미있게 탈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으면서 연비까지 만족시킨다. 공인 복합 연비는 17.7km/L로 동급 수입차 중에는 경쟁자가 없다. 실제 연비는 더 놀랍다. 충분한 펀드라이빙을 즐기고도 편도 60km 구간에서 19.7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를 의식해 굳이 얌전히 운전하지 않아도 높은 연비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클리오가 지닌 특별함이다. 보통 소형차가 이 정도 공인 연비를 내기 위해서는 15인치나 16인치 타어어를 장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클리오는 안정성과 디자인 완성도에 도움을 주는 17인치 타이어를 장착하고서도 기술력을 통해 높은 연비를 구현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가격은 1990만∼2320만원.

강릉|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