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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파나소닉 “전기차 배터리 공동 개발”… 국내업계 긴장

장원재 특파원 , 김재희 기자
입력 2017-12-15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2:57:53
도요타 전기차 콘셉트 모델 ‘아이-트릴’도요타 전기차 콘셉트 모델 ‘아이-트릴’
자동차와 전기자동차(EV) 배터리 분야 글로벌 톱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이 ‘일본연합’을 만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연간 판매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양사의 협력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영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과 쓰가 가즈히로(津賀一宏) 파나소닉 사장은 13일 오후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계 넘버 원 배터리를 실현할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도요타는 폴크스바겐과 함께 세계 자동차 시장 1위를 다투고 있고, 파나소닉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 1위 기업이다.

회견에서 쓰가 사장은 “(원통형이 아닌) 각형 전지를 만들어 전기차 설계를 쉽게 만들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양사는 액체 배터리 대신 안전성이 높은 고체형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도요타-파나소닉 연합은 또한 마쓰다, 스바루, 혼다 등을 포함해 ‘올 저팬’ 체제로 전기차 배터리 표준규격 제정에 나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날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손익을 따지고 있다. 도요타-파나소닉 연합이 개발하겠다고 밝힌 고체형 차세대 배터리는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상용화할 능력을 갖춘 곳이 없는 기술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고체형 배터리는 안전성이 뛰어나 차세대 배터리로 세계 업체들이 모두 개발하고 있는 분야지만 양산 단계까지 간 업체는 아직 없다”며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고체형 배터리를 먼저 개발하면 시장을 선점하게 돼 국내 업체들도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1위인 파나소닉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또 테슬라와 함께 5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네바다주에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테슬라 의존 리스크를 피하고 라이벌인 삼성SDI 등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도요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 흐름에 맞춰 자동차의 주력을 전기차로 바꿀 방침이다. 도요다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30년에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인 550만 대를 전기차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연간 1000만 대의 차량을 전 세계에 파는데 올해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더한 전기차 판매량이 147만 대에 불과하다.

국내 업계에선 파나소닉의 점유율 확대 효과가 일부 있겠지만 오히려 도요타가 자동차의 주력을 전기차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호재라는 반응도 나온다. 도요타의 발표대로 한 해 550만 대 이상을 전기차로 생산하게 되는 시점이 오면 배터리 공급 업체를 다양하게 두는 ‘멀티 벤더’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다수의 벤더를 둘 경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톱5’ 안에 드는 LG화학이나 삼성SDI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계 완성차 업체 중 판매량이 1위인 도요타가 전기차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 전체의 파이가 더 빨리 커질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도 수주 기회가 더 많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