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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45개 크기 세계최고 수준 자율주행 시험장

서동일기자
입력 2017-09-15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3:27:24
“지금 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났습니다. 이제 지하도를 지나 도심으로 들어갑니다.”

아직 수풀이 우거진 벌판일 뿐인데 교통안전공단 조성우 자율주행정책팀장은 작은 도심을 걷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조 팀장은 손가락으로 넓게 펼쳐진 벌판 곳곳을 가리키며 “요금소나 교차로, 버스·택시정류장 등 총 35개 시설환경이 이곳에 세워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세워질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장 ‘케이시티(K-City)’ 부지다. 전체 규모 약 32만 m², 축구장으로 치면 45개를 한곳에 모은 넓이다. 케이시티는 10월부터 내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개방될 예정이다. 세계 최초 자율주행차 전용 실험도시인 미국 엠시티(M-City)의 장점을 살리면서 버스전용차로, 주차시설 등 국내 도로 환경을 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케이시티 같은 환경이 필수적이다. 일반 도로에서 실험을 할 경우 너무 많은 변수가 생겨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또 각종 상황을 반복적으로 통제하며 실험할 수도 없다. 조 팀장은 “차선도 탈·부착식으로 만들어 다양한 차로 구성이 가능하게 하고, 포트홀이나 나무 그림자로 생기는 그늘 등 실제 자동차가 만날 수 있는 모든 환경과 변수를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시티는 △고속주행도로 △도심부 도로 △자율주차시설 △인프라 환경이 부족한 지방 교외 도로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 10월까지 우선 고속도로 부분을, 내년 말 전체 시설을 구축해 개방할 계획이다. 완공 뒤에는 현대·기아자동차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미래 자동차 관련 시장을 대비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모든 기업과 학계가 활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케이시티 건설을 위해 약 110억 원을 투자한다.

케이시티는 또 교통신호체계와 자동차가 서로 연결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지능형교통체계(ITS) 연구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통신시설 장비도 3세대(3G)에서 롱텀에볼루션(LTE·4G)뿐 아니라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개발하고 있는 5G 등 다양한 환경을 마련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폭우나 눈 등 다양한 기상환경까지 조작할 수 있도록 진화할 예정이다

홍윤석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자동차센터장은 “케이시티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차 실험단지로 만들어 국내 자율주행자동차 연구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화성=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