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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 반값에 버스보다 편리”… 대학가 ‘캠퍼스카’ 씽씽

한우신기자
입력 2017-07-18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3:49:10
이달 초 연세대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캠퍼스 카’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차량에 오르고 있다. 그린카를 운영하는 롯데렌탈은 4월부터 대학교에 특화된 서비스로 캠퍼스카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렌탈 제공이달 초 연세대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캠퍼스 카’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차량에 오르고 있다. 그린카를 운영하는 롯데렌탈은 4월부터 대학교에 특화된 서비스로 캠퍼스카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렌탈 제공

충북대 경영학과 4학년인 기인서 씨(25)는 학교에서 시외터미널이 있는 시내로 나갈 때 차량 공유 서비스(카 셰어링)를 이용한다. 그가 타는 차는 카 셰어링 서비스인 그린카를 운영하는 롯데렌탈이 4월에 시작한 ‘캠퍼스카’ 차량이다. 캠퍼스카는 대학교 교내나 인근에 전용 주차 공간을 두고 대학생들이 카 셰어링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기 씨는 “학교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택시로 5000∼6000원 정도 나오는 데 카 셰어링은 3000원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버스와 비교해도 요금 차이가 크지 않고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배차 간격 등을 고려하면 카 셰어링이 나을 때가 많다.


기 씨처럼 카 셰어링을 이용하는 대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캠퍼스카가 시작된 4월 1만7804명이었던 서비스 인증자 수는 지난달 4만192명으로 두 달 새 2.3배로 늘었다. 현재 전국 158개 대학교에서 시행 중인데 특히 지방대에서 호응이 높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강원대 삼척캠퍼스는 두 달 동안 이용자가 2000명을 넘었다. 지방대에서 이용자가 많은 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까운 거리뿐만 아니라 기차역에 가거나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도 카 셰어링은 유용한 수단이라고 이용자들은 입을 모은다.

대학가에서 카 셰어링이 빠르게 퍼진 근본적인 이유는 공유 경제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젊은층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구, 옷 등을 사지 않고 빌려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도 공유 경제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2월 이화여대를 졸업한 A 씨(24)는 “월급 수준을 생각해보면 자동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 년 후에는 차를 사는 게 이상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흐름은 카 셰어링 이용자 수 변화에도 드러난다. 그린카는 2013년 12만 명이었던 이용자 수가 올해 6월 말 기준 230만 명으로 늘었다.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쏘카는 2013년 7만 명에서 6월 말 약 37배인 260만 명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자동차를 공유한다는 기본 개념에 어떤 플러스알파를 더해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캠퍼스카의 경우 공유 경제에 ‘여럿이 함께 살수록 값이 내려가는’ 소셜 커머스 개념을 더했다. 캠퍼스카 특정 차량에 대한 이용 시간이 월 200시간을 초과하면 이용자 모두에게 3시간 무료 이용권을 주는 식이다.

‘벅시’는 공항까지 가는 승합차를 여러 명이 함께 타는 개념의 서비스다. 리무진버스나 공항철도보다 편리하고 택시보다는 가격이 싸다. 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공유하는 ‘카풀’ 서비스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발판으로 진화하고 있다. ‘풀러스’ 앱은 스마트폰으로 근처에 있는 카풀 차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차를 등록해놓은 운전자는 이용자로부터 요금을 받는다. 이용자는 택시비보다 싼 값에 택시처럼 차를 이용하는 장점이 있다.

차량 공유 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위기를 느끼게 된다. 차량 판매가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차량 공유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부터 카 셰어링 서비스 ‘메이븐’을 운영 중이다. 5월에는 최대 도시인 뉴욕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드라이브 나우’라는 자체 카 셰어링 서비스를 운영하는 BMW는 지난해 4월부터 미국에서 ‘리치 나우’라는 카 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에게 차량을 배달해주거나 개인 소유 차량을 카 셰어링 차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등 서비스 종류를 다양화했다. 토니 더글러스 BMW 모빌리티 서비스 총괄책임자는 “카 셰어링 차량은 친환경차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고 자율주행 기술이 공유 차량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차량 공유 경제의 확산은 첨단 자동차 이용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이 소유가 아닌 공유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미래 자동차 확산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게 글로벌 업체들의 전략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