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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참 방미 동행한 현대車, ‘무역적자 주범’ 오해 풀어

이샘물 기자
입력 2017-06-16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3:59:35
“피터 나바로 미국 국무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무역적자와 관련해 소비제품을 깊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특히 자동차업계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데이비드 럭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제1차 한미 경제정책포럼’에서 지난달 암참 도어노크 사절단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한 결과를 이야기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과 암참은 이날 한미 경제정책포럼을 출범시키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을 주제로 첫 포럼을 열었다. 두 단체는 경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반기마다 행사를 열 계획이다.

암참은 매년 미국계 기업만 참여하던 도어노크 사절단에 올해 처음으로 현대자동차를 포함시켰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도어노크 방문에 참여함으로써 아주 독특하고 소중한 시각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면담을 할 때마다 한국 자동차기업과 다른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미국 경제에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한 근거를 들어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암참에 따르면 현대차가 암참 사절단과 동행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미국 정부와 경제단체 등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80%가량이 자동차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암참이 ‘미국 친구’가 아닌 ‘한국 친구’라는 오해를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암참은 미국 측에 “현대차뿐만 아니라 삼성, LG, 두산, CJ 등이 미국에 엄청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설득에 나섰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12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했으며, 향후 3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등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현대차는 미국의 적이 아닌 친구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김 회장은 “도어노크 방문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입장이 확실히 바뀌었고, 한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대표단을 확대해 더 많은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는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무역흑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12년보다 2.5배 이상 늘었고 2011∼2015년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도 3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암참 측은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달래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전 암참 회장)은 “한국 정서를 반영해 ‘우리가 뭔가를 보여줘야 된다’는 식으로 트럼프를 대하면 실패할 것이다. 트럼프를 기분 좋게 해줘야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