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를 신차로 판매…‘포드 딜러사의 사기’ 어이없네

스포츠동아

입력 2017-05-19 05:45:00 수정 2017-05-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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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탐정 수준의 증거 수집을 통해 긴 소송 끝, 매매계약취소라는 화해권고결정을 이끌어냈지만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됐다. 포드코리아 딜러사인 선인자동차로부터 사고 차량을 신차로 사기 매매 당한 김씨는 현재 미국에서의 소송을 고려중이다. 피해사건 차량은 ‘포드 토러스 2.0 리미티드’ 모델이다. 사진은 2016년형 포드 토러스. 사진출처|포드코리아 홈페이지

■ 포드코리아 딜러사 ‘선인자동차’의 양심불량

1091km 주행 사고수리 차를 신차 출고
소송 끝 계약취소 화해권고결정 끌어내
징벌적 손해배상제 없어 소비자만 눈물

포드코리아 “고객과 딜러사의 문제일뿐”
유사사례 소송까지 감추며 모르쇠 발뺌
책임회피에 재발방지 없어 소비자만 봉

수입차를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품질에 대한 믿음, 서비스에 대한 신뢰, 문제가 생겼을 때의 합리적인 사후 대처다. 그런데 큰맘 먹고 구입한 수입 신차가 알고 보니 이미 주행거리가 1000km가 넘고, 이곳저곳 수리한 흔적이 있는 사고차량이라면 차주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차주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를 입어야 했다.

포드코리아 딜러사, 사고 차량을 신차로 판매

울산광역시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2015년 3월 포드코리아 딜러사인 선인자동차를 통해 중형 승용차 ‘포드 토러스 2.0 리미티드’ 모델을 구입했다.

그런데 막상 차를 인수하러 가보니 자동차 시트 비닐은 모두 벗겨져 있고, 여기저기 손때가 묻어있었으며, 차량의 주행거리는 1000km가 넘어있었다. 담당 영업사원은 “COP 테스트를 거친 차량인데, 그 사실을 모르고 가져왔다”며 사과했고 김씨는 딜러사로부터 일정 부분 보상을 받고 차량을 인수했다.

COP테스트란 차량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해 부품이나 배기가스 배출량 등이 국내에 적합한지 여부를 시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량에 큰 무리는 없었다”는 설명과는 달리 실제 차량을 운행하기 시작한 직후 문짝 교환, 재도색 의심, 녹 발생, 볼트 재고정, 재용접 흔적 등이 차량 곳곳에서 발견됐다.

김씨는 차량을 판매한 딜러사와 포드코리아 서비스센터, 포드코리아 본사, 포드 미국 본사에까지 항의를 했지만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홀로 고군분투하다 사고차량 여부를 조회하는 미국 인터넷 사이트인 카펙스를 통해 자신이 구입한 차량이 이미 1091km의 주행이 이뤄졌고, 17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 수리 내역이 한 차례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매매계약 취소 취지의 결정을 받아냈지만, 딜러사가 불복해 결국 정식 소송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포드코리아 딜러사 선인자동차가 신차라고 판매한 차량 ‘포드 토러스 2.0 리미티드’는 사고로 인해 수리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1 보수도장을 하게 될 경우 도색을 하지 않아야 할 부분은 마스킹 테이프로 감싸고 난 후 도장을 하는데 테이프의 두께에 의해 도막에서 단차가 발생, 경계선이 보이게 된다. 차량의 리어휀더에 이와 같은 재도장의 흔적이 발생되어 있다. □2 □3 □4 대쉬보드 내부 철재 빔 종류에서 심각한 부식현상이 확인된다. □5 □6 도어 힌지와 본네트 힌지에서 볼트 탈부착 흔적이 발견된다. 처음 볼트자리에서 벗어나 부착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탐정 수준의 증거수집 통해 화해권고결정 받았지만…

2년이 지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이 소송건이 올해 2월9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사기로 체결된 매매계약 취소’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김씨의 사건을 담당한 김석호 변호사는 “김씨가 전부 승소에 준하는, 사기로 체결된 매매계약 취소라는 화해권고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김씨의 증거 수집이 치밀하고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사기에 의한 기망행위라는 원고측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비록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 신청을 했지만 피고의 잘못을 입증했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김씨가 탐정수준의 증거수집능력을 가지지 못했다면 피해를 입증하는 것도, 화해권고결정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김씨는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를 제기했을까.

매매계약 취소 결정을 받았지만, 사기에 의해 판매된 차라고 해도 그 차를 보유한 기간만큼의 감가상각비용을 빼고 차량을 구매한 가격을 돌려받아야했기 때문이다. 변호사 비용도 원고와 피고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경제적 실익은커녕 손해만 또 늘어났다. 화해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다.

이 사건에서처럼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는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쉽게 말해 사기를 쳐 물건을 팔다가 걸려서 판매가 취소되어도 물건을 돌려받고 돈을 다시 내주면 그만이다. ‘걸리면 돌려주고 아니면 땡큐’가 되는 이유는 미국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스러운 긴 시간과 비용을 들인 소송에서 판매취소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끌어내 판매자의 잘못을 입증했어도,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됐다. 현재 김씨는 미국에서의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문제 생기면 딜러사 뒤에 숨는 수입사들

김씨의 이 황당한 피해 사례에 대해 사건 초기 한 매체에서 관련 보도가 나갔지만, 포드코리아측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 어떠한 입장도 표명할 수 없다”는 기계적인 답변만을 했다.

지난 2월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포드코리아측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포드코리아 홍보담당 이사는 “회사측에서 이 건에 대해 딱히 말할 수 부분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씨와 유사한 사례로 다른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유사한 소송건이 몇 건이나 진행 중인지, 이에 대한 회사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고객과 딜러사가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답변을 내놓으며 핵심을 피해갔다.

심지어 포드코리아 홍보 대행사의 한 담당자는 “김씨 사건의 화해권고 결정이 정말로 차량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명확히 가려준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황당한 답변까지 했다.

하자가 있는 차를 신차로 판매한 행위는 딜러사는 물론 수입사인 포드코리아와 포드 미국 본사에까지 책임이 있다고 상식적으로 추론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법적인 책임은 딜러사에 국한된다. 포드코리아를 비롯한 수입차 회사들이 국내에서 딜러사를 통해 위탁 매매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법적인 문제들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팔 때는 자사 브랜드의 서비스가 가장 좋다며 호객행위를 하지만,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는 딜러사 뒤에 숨어 책임을 전가하고, 도덕적 비난마저 피해가려 한다. 그 양면성이 김씨와 같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포드코리아의 정재희 대표는 대중화된 수입차 시장에서 양적인 판매 확대보다는 고객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장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수입차 시장에 대한 오랜 경험과 전문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2년 제9대, 2014년 제10대에 이어 2016년 11대 회장에 선출돼 유일하게 수입차 협회 회장직을 세 번 연임한 인물이다.

2016년 취임사에서 정 대표는 “수입차협회는 이제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하며 서비스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대표로 있는 포드코리아의 한 딜러사는 가장 기본적인 신뢰마저 저버린 판매 행위를 통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

피해자 김씨가 미국 인터넷 사이트인 카펙스를 통해 받은 해당 차량의 사고 수리 내역서.


● 포드코리아 딜러사, 위탁 수리업체 수리비 과다 청구로 경찰조사

그뿐만이 아니다. 포드코리아 딜러사의 위탁 수리업체 J사는 고객 차량의 수리비를 과다 청구한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고 조사 중에 있다.

이 업체가 수리비를 과다 청구한 부품은 차량 바퀴의 조향·충격을 제어하는 ‘스티어링 기어박스’다. 작은 손상만 발견돼도 해당 부품 전체를 갈도록 해 수억원대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포드코리아측은 “위탁 업체를 정리하는 수순에 있다. 공식 딜러에서 서비스를 해야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공식 딜러 서비스 체제로 전환 중이다. J사와의 계약은 이미 지난 2015년 8월에 끝났고, 현재 위탁업체는 지방에 한 곳이 남았는데 계약이 만료 되는대로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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