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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신용선]자율주행차 운전면허 논의 필요

신용선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입력 2017-04-25 03:00:00업데이트 2023-05-10 00:15:37
신용선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신용선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가까운 미래에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와 자율주행차가 부딪히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직선 차로에서 앞서 가던 일반 차량을 자율주행차가 뒤에서 추돌한 사고다. 통상 이런 경우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에게 거의 전적으로 사고의 책임이 돌아가지만 이번은 다르다. 자율주행차에서 내린 사람은 자신이 운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확인 결과도 탑승자는 주행시스템에 의존한 채 운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율주행차를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운전면허 측면에서는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을 실질적인 운전자로 간주한다. 운전자를 사람으로 한정하는 시각에서는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겠지만, 운전능력 평가와 면허라는 관점에서는 AI가 차를 운행하는 현실에 주목한다. 위의 사고에서도 실제로 차를 운전한 AI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법과 제도에서는 AI에 운전면허가 부여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자율주행차 운전면허를 신설해야 하는 까닭은 명백하다. 위의 가상 사례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면허를 부여받지 못한 자율주행차가 일반 차량과 섞여 운행하면서 사고가 일어나면 책임 소재와 처벌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면허제도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운전 능력을 검증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교통혁명의 첨병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의 총아다. 기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사람과 물자가 움직이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뒤바꿀 교통 생태계의 혁신적 파괴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도적인 안전장치와 법규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제도적 보완과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신용선 도로교통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