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풍랑 막아준 ‘FTA 방파제’

신민기기자 , 박민우기자

입력 2016-12-14 03:00 수정 2016-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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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발효 1년]<上> 비관세 장벽도 넘어라

 경기 포천시에 있는 자동차 실내등 제조업체 ㈜일흥은 ‘포천의 삼성’으로 불린다. 직원 수 30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지만 불황에도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올해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내년에는 25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급성장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큰 몫을 했다. 한중 FTA로 이 회사가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의 관세율은 즉시 1∼3%씩 낮아졌고 그만큼 가격경쟁력은 높아졌다. 일흥은 FTA 전담조직을 만들고 원산지 관리직원을 채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중국 매출은 지난해 185억 원에서 올해 333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중국 지리자동차와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자동차에는 일흥의 실내등이 달린다. 중국 수출이 늘면서 일흥은 외장램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중 FTA 발효 1년을 맞아 이처럼 곳곳에서 활용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글로벌 교역 침체로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아니지만 수출 감소 폭을 줄이는 ‘방파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중 FTA, 무역절벽 완충재 역할 ‘톡톡’

 지난해 12월 20일 한중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은 세계 3대 거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과 FTA 네트워크를 완성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올해 상반기(1∼6월) 한중 FTA 관세 특혜 품목의 수출액은 오히려 6.7% 줄었다. 하지만 정부와 무역업계는 한중 FTA가 없었다면 수출 감소 폭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품목의 중국 수출액은 10.1%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0.46%(1∼10월 기준)로 계속 수입국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단가 하락 등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FTA로 관세가 인하된 품목은 감소 폭이 훨씬 작았다”며 “그만큼 FTA가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역 현장에서는 한중 FTA 활용도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한중 FTA 발효 이후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한 필수 서류인 원산지증명서 발급 요청이 급증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중 FTA 원산지증명서 발급 건수는 올해 1월 4034건에서 5월 7835건으로 늘었다. 특히 한중 FTA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자동차 부품, 화학, 기계, 소비재 등 업종의 원산지증명서 발급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 먹구름 낀 한중 통상환경 FTA로 극복해야

 문제는 앞으로다. 서비스·투자 분야 2단계 협상 개시 시한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한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하면서 한중 FTA 활용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비관세장벽 강화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어 양국 교역 환경이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중국은 한중 FTA 발효 후에도 통관 과정에서 위생 등 비관세 분야에서 여전히 높은 장벽을 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한중 FT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쌓인 악재를 교역 협력 강화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양국 간 분업생산 체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두 나라가 ‘윈윈(win-win)’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통상 당국 간 교감을 강화해 비관세장벽 문제 해결에 나서는 한편 기업들도 중국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등 전략적인 한중 FTA 활용을 통해 어려운 통상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민기 minki@donga.com·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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