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세수 증대 효과… 시설반대 ‘님비’ 넘었다

황태호 기자 , 김재형 기자

입력 2019-08-16 03:00 수정 2019-08-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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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부지 공모 96곳 참가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당초 경기 용인시에 건립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네이버의 ‘제2데이터센터’ 부지 공모에 6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와 30여 곳의 기관·대학 등 총 96곳이 최종적으로 참가했다. 전자파를 발생하는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유치를 거부한 시설을 다른 지자체와 기관에서는 서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대기업이 설비투자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이 같은 공모 절차를 벌인 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네이버는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를 거쳐 다음 달 말 우선협상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 용인이 버리자 몰려든 유치 희망자

네이버는 지난달 23일까지 제2데이터센터 유치를 희망하는 136개 지자체와 사업자로부터 의향서를 접수했다. 이 중 96곳이 네이버가 요청한 추가제안서를 마감일인 14일까지 접수했다. 제2데이터센터의 총투자비 규모는 54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진 발생 이력, 본사(경기 성남시)와의 대중교통 소요 시간, 전력과 통신의 안정성 등 데이터센터 입지에 필요한 항목들을 수치화한 제안서를 받았다”며 “지방세 혜택 등은 지자체가 자유롭게 명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네이버는 2016년 본사에서 가까운 용인시의 공세동을 후보지로 점찍고 건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에서 전자파와 오염된 냉각수가 배출될 수 있다며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의 전자파가 일반 가정집 수준이라는 측정 결과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자 올해 6월 용인 건립 계획을 접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불투명성을 줄이고 회사의 이익과 상관없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전례 없는 공모 방식을 택했다”며 “용인 철수를 공식화하자 많은 지자체와 지역 기관들로부터 유치 제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각 지자체는 치열한 홍보 전략을 폈다. 전북 군산시는 새만금 부지 유치를 제안하며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와 연계한 원활한 전력 공급 등을 제시했다. 강원 평창군은 연평균 7.6도의 낮은 기온과 올림픽 개최로 잘 갖춰진 인프라 등을 내세웠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본사와의 거리, 인재 유치의 수월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 “새로운 시설투자 입지 결정 사례” 기대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들은 모두 경제효과를 노리고 있다.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경기 부양과 센터 운영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효과 등이다. 또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의 핵심 인프라를 유치함으로써 첨단기술 도시라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로 지역경제를 살린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도시로 떠오른 미국 버지니아 북부가 대표적이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몰린 이곳은 세계 클라우드 데이터의 65%가 오간다. 아마존이 최근 제2본사 부지로 이곳을 정한 것도 데이터센터가 집적돼 있어 인터넷 인프라와 인재 유치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이번 부지 선정이 국내 대기업 시설투자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기업의 투자 때마다 발목을 잡는 ‘님비(NIMBY)’, 혹은 투자를 압박하는 ‘핌피(PIMFY)’ 문화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네이버 관계자는 “투명한 절차로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건립이 결정된 지역에는 청소년 코딩교육 등 지역사회공헌 사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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