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증거인멸’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재판에…간부급 5명째

뉴스1

입력 2019-06-20 18:08 수정 2019-06-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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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회의’ 참석해 증거인멸·은닉 조치 주도
총 8명 구속기소…정현호 추가 조사 후 신병결정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19.5.16/뉴스1 © News1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을 중간에서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부사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 수사개시 이후 증거인멸과 관련해 삼성전자 상무급 이상 5명을 포함해 총 8명이 구속상태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20일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을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은닉교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 부사장은 과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후신인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에서 핵심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받은 뒤 5월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 주도적으로 검찰 수사 대응책을 논의하며 증거인멸을 도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이 부사장 등이 하급자들에게 조직적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어린이날 회의에서는 Δ감리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 등 후속 절차에 대한 대응방안 Δ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 콜옵션 행사시 대응을 위한 지분재매입TF 중단(일명 ‘오로라 프로젝트’) Δ분식회계 수사확대 대비 증거인멸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를 고발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삼성에피스 재경팀 소속 직원들이 ‘부회장 통화결과’, ‘바이오시밀러 개발社 상장 현황’, ‘바이오에피스 상장계획 공표 방안’ 폴더 등에 저장된 1GB 상당 파일 2156개를 삭제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지난달 20일 수사개시 후 처음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에피스 상무 양모씨와 부장 이모씨는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지시를 받고, 직원들의 업무용 이메일과 휴대전화에서 ‘JY’ ‘합병’ ‘바이오젠’ ‘콜옵션’ 등의 단어가 포함된 문건 등을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검찰은 이후 지난해 6~8월까지 경기 수원시 삼성에피스 4층 회의실과 인천시 삼성에피스 정문 경비동 1층 미팅룸에서 각각 5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키워드 검색 등 방법을 통해 대표이사를 비롯 총 30여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저장된 삼성바이오의 부실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 관련 증거가 인멸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5~6월쯤에는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보안서버 담당 실무직원들이 윗선의 지시를 받고 공용서버 본체를 각기 공장 바닥과 본인 자택에 은닉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를 실행했던 실무직원급인 안모 삼성바이오 대리도 지난달 24일 구속기소 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지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2019.6.4/뉴스1 © News1
검찰은 사업지원TF의 지휘 아래 관련 자료가 조직적으로 은닉·폐기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상무들이 신분을 숨긴채 여러차례 삼성바이오·삼성에피스를 찾아 회계자료·보고서 인멸을 지휘·실행한 것으로도 나타나 그룹 차원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현장을 찾아 이같이 증거를 인멸하고 교사한 혐의로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상무와 삼성그룹 IT 보안 전문 조직인 보안선진화TF 소속 서모 상무 역시 지난달 28일 구속기소 됐다. 백·서 상무 등에게 윗선에서 증거인멸을 지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삼성전자 김모 사업지원TF 부사장과 박모 인사팀 부사장도 지난 12일 마찬가지로 구속기소 된 바 있다.

이날 재판에 넘겨진 이 부사장과 함께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 검찰이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김 대표와 안모 사업지원TF 부사장 등에 대해서는 보강 조사를 이어가며 재청구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현 단계에서 가장 윗선으로 꼽히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불러 17시간 가량 증거인멸과 관련해 고강도 조사를 벌이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재로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열린 회의에서의 증거인멸 관련 보고·지시 여부 등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가 분식회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등과 직접 전화로 현안 관련 보고·지시를 한 육성 녹음파일 등을 삭제한 정황을 파악하고 상당수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하기도 했다.

정 사장이 이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대에서 유학생활을 함께했고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인사지원팀장을 맡기도 해 최측근으로 불리는 만큼, 검찰의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본류인 분식회계 등과 관련해 정 사장을 몇 차례 더 불러 조사한 후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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