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들어온 수공예품… 소확행 저격했죠”

김재형 기자

입력 2019-06-20 03:00 수정 2019-06-2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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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스타트업]‘아이디어스’ 김동환 백패커 대표

17일 서울 마포구 백패커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환 대표가 수공예 작가가 그려준 초상화를 옆에 둔 채 포즈를 취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그게 돈이 되겠어?”

5년 전 수공예품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아이디어스’를 출시하기 전 김동환 백패커 대표 주변에서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수공예품 작가들은 작은 공방에서 자기만족이나 느끼며 일하지, 큰돈은 벌기 힘들 것이란 얘기였다. 그걸 유통하는 플랫폼도 마찬가지.

막상 2014년 6월 서비스가 시작되자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된 지 5년이 채 안 된 지난달 기준, 아이디어스의 누적 거래액은 1500억 원을 넘어섰다. 월간 실사용자 수는 260만 명, 입점 작가 9000여 명 중 매출 상위 ‘10%’의 월평균 수입은 1250만 원에 달했다. 세간의 우려는 놀라움으로 변했다. 당시 김 대표 눈에만 보였던 무언가가 있었을까?

“아니에요. 밖에 나가 보니까 보이더라고요. 머릿속으로만 고민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선입관에 갇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많죠.”

자신만의 취향이 반영된 소소한 물품을 사고자 하는 이 시대 분위기가 현장에서 읽혔다는 얘기였다. 17일 서울 마포구 백패커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손목에 찬 시계와 팔찌, 신발과 반지 등 온몸을 수공예품으로 두르고 있었다. 디퓨저를 비롯해 사무실 곳곳에도 아이디어스를 통해 구매한 수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그가 어떤 작가의 작품이 좋고 또 소비자의 흥미를 끌지, 여전히 발품을 팔고 있는 흔적이었다.

사실 창업 전 정보기술(IT) 회사의 직장인일 때만 해도 그는 대학생 때 사놓은 티셔츠만 줄기차게 입고 다니는, 패션이나 수공예품과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도자기 공예를 하는 사촌 동생의 작품을 보고 “저런 걸 누가 살까”라고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촌 동생을 따라 벼룩시장에 가서 물건도 팔고 여러 작가를 만나면서 눈이 틔었다고 했다.

“현장을 보지 않고 ‘내가 필요하니 다른 사람도 필요할 거야’라고 착각하는 게 창업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2012년 서울 신도림의 한 단칸방 오피스텔에서 공동 창업자와 단둘이 사업을 시작한 김 대표는 먼저 아이디어스에 입점할 작가부터 모집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수공예 작가들의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뒤져 매일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연락이 닿는 작가가 나오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주말이면 온 동네 벼룩시장을 훑고 다니며 작가 대신 호객 행위까지 했다.

“당시 3개월 동안 이메일만 4000여 통을 보내면서 작가를 만나 마음을 사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대학교 때는 수업 일정에 ‘발표’가 들어 있기만 해도 수강 신청을 하지 않을 정도로 소심했는데 막상 사업 전선에 뛰어드니 저절로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어요. 벼랑 끝에 선 느낌이랄까요.”

그사이 백패커의 직원 수는 65명으로 늘었다. 초기 귀걸이나 반지와 같은 액세서리에 국한돼 있던 주력 판매군도 수제 먹을거리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예술품 수준으로 올라온 수제 먹을거리의 매출 비중은 액세서리에 육박할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음 달 1일에는 공유 공방을 열어 작가 교육도 하고 상품군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 전 블로그를 통해 7000원에 구입한 전자책 파우치를 잊지 못한다. 친구가 “어디서 샀냐”며 부러워했고, 김 대표는 “다른 데선 못 구하는 거”라며 으쓱했던 순간이다. 김 대표는 “아이디어스를 당시의 저나 친구처럼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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