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잘나가는 日의 비결은…

양곤·프놈펜=이건혁 기자

입력 2019-04-25 03:00 수정 2019-05-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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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0년 맞이 기획 / New 아세안 실크로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때 日, 점포 철수않고 차관 제공


한국 금융회사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대부분 지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지만 유독 아세안 경제규모 2위인 태국에서는 부진하다. 일본 금융사와 기업들이 태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4일 KOTRA에 따르면 2017년 태국에 흘러들어간 외국인직접투자(FDI)의 39.5%가 일본에 의해 이뤄졌다. 중국은 5%, 한국은 2.7%에 불과했고 다른 국가들의 비중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일본은 미국, 중국과 달리 이 지역 투자를 계속 늘려가면서 태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금융사들의 태국 진출 실적은 미미하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한국 금융사들이 아세안에 세운 해외 점포 162곳 중 태국은 3곳에 불과했다. 일본은 도쿄-미쓰비시,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주요 은행들이 태국에 진출해 영업하고 있다. 보험 등 다른 금융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태국에서 한국과 일본 금융회사들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부터다. 당시 밧화 폭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 금융회사들은 점포를 정리해 모두 철수해 버렸다. 이후 태국은 한국계 금융사에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해 자국 시장 진입을 거부해왔다. 2013년이 돼서야 KDB산업은행에 사무소 개설을 허용했다.

일본의 대응은 달랐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태국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했고 일본 금융사도 태국 점포를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계기로 태국은 일본 금융사와 기업들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는 일본의 태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로 이어졌다. 일본은 2015년 태국을 핵심 투자대상 지역으로 정하고 투자 분야를 전 산업 분야로 확대했다. 태국의 경제 발전으로 소비 규모가 커지자 일본은 진출 전략을 기존의 생산기지 확대에서 내수시장 공략으로 발 빠르게 전환했다.

한국이 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 때 정부와 기업, 금융사들이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가포르의 한 한국계 은행 지점장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 현지화에 공들여야 한다. 해외 점포의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했다.

양곤·프놈펜=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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