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표현, 개념에 지친 대중의 눈 사로잡다

김민 기자

입력 2019-03-26 03:00 수정 2019-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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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展… 다양한 미술사 전통 혼합, 자신만의 화풍 정립

입장 대기시간 2시간 30분, 3일간 방문 관람객 1만 명, 실시간 검색어 순위 입성. 기획자라면 누구나 탐낼 인기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2)의 전시가 한국을 찾았다. 개막 전 반응은 갈렸지만, 목말랐던 관객은 이미 구름처럼 몰렸다.

22일 개막한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호크니의 회화, 드로잉, 판화 133점을 선보이는데, 대부분 테이트미술관 소장품이다. 전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를 큐레이터 헬렌 리틀(사진)과 함께 짚어봤다.


○ 다양한 미술사 전통의 활용

리틀은 2017년 테이트브리튼에서 열려 관객 50만 명이 찾은 호크니의 회고전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호크니가 3차원을 평면에 담는 방식을 탐구한 60년간의 여정”이라고 했다. 초기 작품에서 돋보이는 건 다양한 미술사 전통의 활용이다. 전시장 초입에서 볼 수 있는 ‘첫 번째 결혼’(1962년)은 고대 이집트 회화의 구도를 반영했다. 호크니가 런던이 아닌 잉글랜드 북부에서 보수적 교육을 받은 영향이다. 그는 런던 왕립예술학교로 오고 나서야 추상예술 등 진보적 시각 언어를 경험했다.

“호크니는 이후에도 르네상스와 프랜시스 베이컨, 추상과 구상 등 여러 미술사적 전통을 자유자재로 혼합해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었습니다.”


○ 피카소 앞 벌거벗은 호크니

“피카소와 마티스는 세상을 흥미롭게 보이도록 만든 반면, 사진은 오히려 따분하게 보이게끔 만든다.”(호크니, ‘다시, 그림이다’, 디자인 하우스)

2층 전시장의 ‘블루 기타’ 섹션은 피카소를 향한 호크니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판화 ‘아티스트와 모델’에서 호크니는 피카소 앞에 벌거벗은 채 앉아 있다. 리틀은 “마치 선생님에게 겸허한 자세로 그림을 검사받는 듯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개념에 지친 대중 매혹하는 ‘신표현주의’

1960년대 호크니 작품은 ‘팝아트’로 분류된다. 하지만 리틀은 “당시 호크니는 팝아트 호칭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미술계는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등 난해한 작품이 주류였는데, 호크니는 늘 구체적 형상의 표현에 집중해 예술계의 ‘변방’ 작가였다. 그러다 198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신표현주의’ 회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호크니의 작품도 재조명을 받았다.

“호크니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가장 단순히 표현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가 한순간에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8월 4일까지. 1만∼1만5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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