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이천-청주 반도체 3각축… 文정부 첫 수도권 규제완화 전망

황태호 기자 , 세종=이새샘기자

입력 2019-02-22 03:00 수정 2019-02-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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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용인시에 120兆투자의향서


SK하이닉스가 1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경기 용인시를 낙점한 건 수도권이 갖고 있는 입지상의 장점 때문이다. 정부 기류는 일단 긍정적이다. 한국 경제의 ‘원톱’인 반도체 산업을 지키기 위해 2006년 이후 처음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최초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운 지방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5개 지방자치단체가 클러스터 유치 경쟁을 벌일 때부터 ‘서울과 가까운 경기 남부’를 염두에 둬 왔다. 기존 설비와의 시너지 효과, 우수 인재 확보 측면에서 경기 남부를 대체할 곳이 없다는 논리였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244개사 중 약 85%가 서울·경기권에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경기 남부는 이미 기업과 인재가 몰려 있는 거대한 반도체 클러스터”라고 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에서 초고액 연봉을 내걸고 인력을 빼가고 있기 때문에 핵심 인재를 확보하려면 자녀 교육, 주거 여건이 좋은 곳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 마이크론, 인텔 등 경쟁사들의 신규 투자도 대부분 대도시 인접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정부 허가가 떨어져 2022년 부지 조성 공사가 끝나면 120조 원을 들여 반도체 생산 공장 4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D램과 차세대 메모리 생산,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서 용인 클러스터와 기존 경기 이천시 본사, 충북 청주시 낸드플래시 공장이 ‘3각 축’을 이룬다.

또 협력업체와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상생프로그램 추진에 6380억 원, 공동 연구개발(R&D)에 2800억 원 등 10년간 총 1조22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투자 시기는 시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면서도 “국내외 50개 이상의 장비 및 소재, 부품 분야 협력업체들이 이 단지에 입주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자의향서 제출이라는 첫발을 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용인 일대는 수도권정비계획상 성장관리권역으로 지정돼 있어 매년 허용되는 신규 공장 부지가 제한돼 있다. SK하이닉스가 계획대로 공장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특별물량을 배정받아야 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특별물량 허가 조건으로 ‘국가적 필요성’이 있는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요건에 맞는지를 최대한 신속히 판단해 정비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물량을 배정받은 뒤에도 산업단지 지정, 토지 수용 절차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해 착공까지는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산업단지 특별물량을 배정받은 삼성전자 평택공장도 2006년 평택고덕국제화계획지구가 지정된 뒤 9년 만인 2015년에야 첫 삽을 떴다.

클러스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등 타 지역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도 관건이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날 “정부가 지방균형발전 원칙을 어겼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SK는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청주(10년간 35조 원), 구미(2년간 9000억 원), 이천(10년간 20조 원) 등에도 현지 실정에 맞는 신규 투자를 할 예정이다.

황태호 taeho@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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