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두뇌발달에 가장 효과적인데…사교육 조장 이유로 체육수업 사라져”

양종구기자

입력 2019-01-12 14:22:00 수정 2019-01-12 14: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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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혜 교수
“아이들을 조화롭게 발달시켜야 하는 유치원 시기에 체육활동이 가장 필요한데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의 움직임을 억압하고 있다.”

전선혜 중앙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58·유아체육)는 지난해 발족한 학교체육진흥회의 위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인간 발달에 가장 중요한 영유아 시기의 체육활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학교교육은 유치원(어린이집 포함)부터 시작된다. 전 교수는 20년 넘게 유아체육을 연구해왔다.

“아이들 발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두뇌발달이다. 시기별로 적절하게 교육을 시켜야 뇌가 잘 발달한다.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좋다고 오감교육이 강조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오감교육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을 따로 교육시키는 것보다 체육활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체육활동을 하기 위해 신체를 움직이면 오감이 총 동원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상 유치원에서 신체활동이 중요하게 강조되어 있기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구조이고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은 아예 체육활동이 전무한 상태이다.”

전 교수는 “발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영유아기부터 지각과 인지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며 발달 속도가 늦어진다. 모든 발달 단계가 신체활동하고 연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유아 시기는 움직임을 맘대로 해야 한다. 움직임은 아이들이 그 시기에 해야 할 과업이다. 과거 학교에서 아이들 벌 줄 때 생각해봐라. 움직이지 말고 손들고 서 있으라고 하면 비비 꼬고 난리를 친다. 그 시기엔 움직이는 게 당연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 인간의 초기 발달 단계에서 움직임은 중요한 요소다. ‘신체활동을 포함하는 스포츠활동이 뇌세포의 생성이나 시냅스(뇌 신경세포를 이어주는 곳)의 가소성(Synaptic Plasticity·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Ratey & Hagerman, 2008).’ ‘시냅스의 가소성은 운동의 지속성과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Berchtold, Chinn, Chou, Kesslak, & Cotman, 2005; Hillman, Erickson & Kramer, 2008).’ ‘시냅스이 가소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정서조절에 문제를 일으키고 이러한 자기통제의 어려움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조남기, 김택천, 2012).’

전 교수는 “최근 교육계에서도 놀이의 중요성 강조하고 있다. 놀이의 많은 부분이 신체활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제도가 못쫓아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아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따르면 5개의 영역 중 신체활동건강영역을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해놓았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에 신체활동에 관련된 과목이 없다. 유아교육 교육과정에도 신체활동은 없다. 신체활동을 구현하겠다고 이상적인 제도를 만들어 놓고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사람들이 교육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 교수는 “이렇다보니 유치원에서는 활기차게 뛰고 달리는 대근활동 위주의 체육수업 보다는 가위로 종이오리기, 블록 쌓기 등 소근육 운동 위주의 신체활동을 하고 있다. 소근육 운동도 해야 하지만 대근육 운동 등 조화롭게 시켜야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유치원 교육에 있어 매일 계획된 신체활동 1시간, 야외활동 1시간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있다. 하지만 체육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이 없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2015년 7차 교육과정 개정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에서 체육선생님들을 초빙해 체육을 가르칠 수 있었다. 유치원에 체육 전문가가 없다보니 체육교사를 초청해 가르친 것이다. 하지만 이게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체육 예술을 방과후 수업으로 빼면서 유치원에서는 아예 체육수업이 사라졌다. 체육선생님을 부를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게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방과후 체육활동을 하고 싶은 아이들을 따로 모아서 하라는 것인데 유치원 끝났는데 어떤 부모가 체육활동을 시키겠는가. 다른 학원 보내기에도 바쁜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초등학교 1,2학년에도 체육교과는 없다. 즐거운 생활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체육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2017년부터 초등학교에 스포츠전문 강사를 1명씩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1,2학년엔 교육과정에 체육이 없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 상급학년부터 체육을 시키기 때문에 1,2학년에게는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을 기회조차 가지 않는다.”

전 교수는 “다행히 대한체육회가 유아체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6년 전부터 유아체육활성화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유치원에 무료로 영유아 체육전문강사를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유치원에 파견하고 있는데 90% 이상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 체육전문 강사파견 프로그램은 200여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400명을 주 1회 유치원에 파견하고 있다. 올 2월엔 420명을 교육시켜 유치원 현장에 지원할 예정이다. 전 교수는 “체육을 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는 유치원에만 파견한다. 하지만 유치원 운영방침에 따라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시간이다. 현행 규정 상 12시 이전에 외부 강사가 수업을 하는 경우 해당 유치원이 제재를 받게 돼 있어 유치원도, 강사도, 학부모도 모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체육은 전문분야이며 특히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은 유아들의 발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알고 지도를 해야 한다. 유아체육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유아체육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제도상으로 전문 강사가 자유롭게 파견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대한민국의 체육진흥정책은 ‘체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상과 현실이 동일해야 조화로운 교육을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은 이상과 현실이 따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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