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만달러’ 12년 걸려 왔는데… 앞에 놓인건 저성장 터널

김재영 기자

입력 2018-12-10 03:00 수정 2018-12-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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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경제가 사상 최초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연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였던 한국이 선진국의 문턱이라는 ‘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4만 달러로 나아가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7∼9월)까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3433달러로 추산된다. 이 기간 국민총소득에 1∼9월 평균 환율 1090.88원과 통계청 인구 집계를 반영해 산출한 값이다. 4분기(10∼12월)에도 이 같은 속도가 이어지면 올해 1인당 GNI는 3만1243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가 ‘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원년이 되는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이자, 소비 패턴과 생활 방식이 바뀌는 경계선으로 간주된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으면 골프를, 3만 달러를 넘으면 승마를, 4만 달러를 넘으면 요트를 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23개국밖에 없다.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으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를 칭하는 ‘30-50클럽’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올해 한국이 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하면 국가 규모가 크면서 국민 개인도 잘사는 종합 국력 세계 7강에 들어가는 것이다.

한국은 2006년 2만795달러로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뒤 3만 달러를 넘어서기까지 12년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앞서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진입한 국가들은 평균 8.2년이 걸렸다. 일본과 독일은 5년, 미국과 호주는 9년이 걸렸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역성장을 경험했고,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왔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3만 달러 다음에는 4만 달러, 5만 달러로 올라가는 일만 남은 것이 아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한국보다 먼저 3만 달러를 넘어선 뒤 경제가 뒷걸음친 경우도 적지 않다. 한은 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7%다. 2012년(2.3%) 이래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외에 뚜렷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산업경쟁력은 점차 뒤처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내수 위축, 고용 불안, 가계부채 급증, 소득 양극화 등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앞서 4만 달러를 달성한 나라들은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 거시경제지표가 양호했고 높은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내수 부문이 함께 성장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면서 △양호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높은 과학·기술 인프라 경쟁력 △풍부한 사회적 인프라 및 사회적 자본을 갖췄다.

우리나라는 4만 달러 달성 국가들에 비해 경상수지나 성장률, 연구개발(R&D) 비중 등 외형 지표는 양호한 반면에 정부 효율성이나 노동생산성, 투명성, 기업효율성 등에선 60∼70% 선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소득 3만 달러를 넘어 본격적인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 및 기업의 효율성이 앞서고, 투명성이 높으면서 사회갈등 지수가 낮은 국가들은 4만 달러를 달성한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주저앉았다”며 “양적 투입 중심의 경제 성장 시스템에서 질적 투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 모델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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