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 연구자 한자리에… “머리 맞대니 ‘답’이 보이네요”

동아일보

입력 2018-12-10 03:00 수정 2018-12-10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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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클러스터 활동 활발

융합클러스터에 참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도시재생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 조사 내용을 서로 논의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이전까지 기초과학 쪽에는 연구비 외에 연구자들이 교류하는 데 쓸 수 있는 ‘소프트머니’(활동비)가 사실상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융합클러스터 덕분에 같은 주제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논의할 수 있게 됐죠.”

‘암흑물질 탐색연구 융합클러스터’를 이끄는 조기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3년 전 2개 기관 3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지금은 KISTI, 한국천문연구원, 성균관대 등 22개 기관 49명으로 불어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체 관측, 입자가속기 실험, 이론 물리 등 다양한 연구 방법의 시너지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조 연구원은 “예를 들면 입자가속기 실험과 천체 관측에서 얻은 빅데이터에 딥러닝(심층기계학습)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라며 “이론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실험을 하거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융합클러스터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25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학연 연구자들이 학술 교류를 통해 사회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융합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기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스터디 모임인 셈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79개의 융합클러스터가 활동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되면 2년간 5000만 원의 활동비가 주어지며 필요에 따라 2년 뒤 다시 지원할 수 있다.

융합클러스터는 연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기존에는 없었던 다양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흑물질 클러스터의 경우 2015년부터 3년간 한 달에 한 번꼴로 개최한 정기 워크숍만 38회에 이른다. 올해에는 ‘DUNE 위성 미팅’ ‘제7회 국제 Geant4 튜토리얼’ 등 국제워크숍도 3회 개최하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쌓았다. 활발한 활동 덕분에 현재 운영 중인 38개 융합클러스터 가운데 지난달 30일 올해의 우수활동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네트워크와 시너지 효과는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재해·재난, 기후변화, 감염병, 생활 안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연재해 저감기술 예비 탐색 융합클러스터’를 이끄는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진, 재해, 산사태 등 각각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이를 통합적인 시각에서 연구한 사례는 없었다”며 “가령 지진이 산사태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지진 전문가와 산사태 전문가가 꾸준히 교류한다면 더 효과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자 중심의 연구 과제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도 융합클러스터의 또 다른 장점이다. 올해 8월 출범한 ‘국민 공감형 생활화학물질 안정성 기반연구 융합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산업계, 소비자단체, 정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됐다. 클러스터장인 정은주 안정성평가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생리대 등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면서 노출되는 화학물질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는데 국민 인식 조사나 정부 규제 점검을 비롯해 국민들 입장에서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회는 융합클러스터에 참여한 연구자들 정보를 바탕으로 각계의 전문가 풀을 구성하고 향후 융합연구를 희망하는 연구자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송미영 연구회 융합본부장은 “그동안 25개 과기 출연연 연구자 4명 중 1명은 융합클러스터를 거쳐 갔고 대학, 기업까지 합하면 수천 명에 이른다”며 “이전에는 공동 연구를 하고 싶어도 누가 어느 분야 전문가인지 정보가 없어 시도를 못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융합클러스터를 통해 형성된 전문가 네트워크로 다양한 융합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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