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부지런하게”… 최송설당 철학 바탕으로 대이은 인재 양성

정상연 기자

입력 2018-11-21 03:00 수정 2018-1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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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기업㈜

경기 안성에 위치한 동진기업㈜ 공장 내부.
엄혹하기만 했던 일제강점기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전 재산을 교육에 쏟은 여걸이 있었다. 민족의 힘을 기르기 위해선 무엇보다 학교 설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금을 투입해 부지와 건물을 마련했다. 그렇게 아낌없이 인재양성에 나선 덕분에 오늘날의 명문 사학 김천중고교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학교를 세운 인물이 바로 최송설당(1855∼1939)이다. 사학을 경영해 민족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최송설당의 숙원이었다. 1931년 그 꿈을 이루고 고향 경북 김천에 학교를 세웠을 당시 여운형 조만식 등 민족지도자들은 그 의지와 실행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로도 민족 사학으로서 정신을 이어오면서 훌륭한 지역 인재를 배출해내고 있다.

지금도 최송설당의 건학 이념을 받들어 입학식을 3월 1일 삼일절 기념식과 함께 실시해 민족 사학임을 드러내고 있다. 민족정신을 함양하고자 복장도 한복으로 갖춰 입고 3·1절 행사를 마친 후 입학식을 치르는 것이다.

학교 재단인 송설당교육재단을 이끄는 이가 바로 동진기업 회장이기도 한 송석환 이사장이다. 송 이사장은 ‘깨끗하게 부지런하게’가 김천고의 교훈이라며 10만3000평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교내가 휴지 하나 없이 깨끗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으로 시설을 유지하면서도 재정적인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송 이사장은 “일반적으로 다른 학교들은 ‘지, 덕, 체’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지만 송정은 ‘체, 덕, 지’를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며 “건강과 예절,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것이 송설학원의 교육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 각지의 명문대에 높은 진학 성적을 보이고 있는 송설학원 소속 김천고는 3학기제, 3품제, 독서능력 강화 등 다양한 동아리 프로그램이 있다. 그중 3품제는 ‘덕, 체, 지’를 겸비한 송설의 인증제도로 1품, 2품, 3품의 인증을 받으면 학생부에도 기록해 인정해주는 제도다. 송 이사장의 집안 또한 대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명문가였다. 그의 증조부는 춘궁기에 식량을 풀어 마을 주민들을 곤궁에서 구했다고 전해진다. 또 일제강점기 당시 송 회장의 조부 송돈호는 민족지도자 양성을 위해 만든 김천고 설립 과정에서 거액의 사재를 출연했다.

송 이사장의 부친인 송주식 선생은 1949년 농지개혁 당시 집안 소유의 농지 약 500두락을 소작인에게 무상으로 분배해 주었다(본보 1949년 3월 8일자 기사 참조). 김천고 출신이자 재단 이사장인 송 회장은 학교 운영과 학력 신장을 위해 재단에 사비로 매년 수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송 이사장은 “조부와 아버지 때부터 실천해온 따뜻한 나눔을 앞으로도 학교를 통해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 인터뷰 / 동진기업㈜ 송석환 회장

“기업-교육인으로 사회에 기여가 목표”

송설당교육재단 이사장인 동진기업 송석환 회장은 교육인과 기업인으로서 각각의 목표를 모두 충실하게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율형 사립고로서 지역 내 김천고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데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 역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포장용 플라스틱 제조 사업의 경우, 환경 이슈와 맞물려 성장이 주춤한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엔 친환경 소재로 시선을 돌리면서 새 먹거리를 찾아냈다. 제품 또한 국내외로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매년 매출액의 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나가고 있어 독점적 기술을 유지하고 있다. 동진기업은 전 직원이 장기 근속하고 있는 중견기업으로 국내에 5개의 계열사가 있다. 해외법인은 중국, 미국, 캐나다 3곳으로 75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올해 3000만 달러 수출이 목표다. ㈜바라는 장남 송승혁 대표가, 상진기업㈜은 차남 송승민 대표가, 동진아메리카는 삼남 송승우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한 덕분에 해외 시장에서 우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며 “40년 동안 적자를 보지 않고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근무를 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송 회장은 동종 업계에서 동진기업이 복지제도와 급여조건 등이 제일 좋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이 편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송 회장은 2세 경영을 이어가는 아들들에게 항상 직원들을 식구처럼 챙기고 함께한다는 생각을 하라는 말을 늘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그는 과거 플라스틱 용기가 정량을 담는다는 의미였다면 앞으로는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장기보관이 가능한 친환경적인 합성수지 식품용기 개발이 필요하다며 회사 내 연구소를 설치해서 환경친화적인 신소재를 끊임없이 개발해 식품용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도한 디자인 및 과대포장 식품용기는 규제가 필요하며 단순히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리사이클링 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재활용만 잘된다면 플라스틱 또한 향후 환경소재로 우수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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