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비핵화 촉진 기대… 美는 압박기조 흔들릴까 촉각

문병기 기자 , 동정민 특파원 , 임희윤 기자

입력 2018-10-20 03:00 수정 2018-10-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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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북의사 표명 이후]북-미협상 새 변수로 떠오른 교황

文대통령, 메이-메르켈 총리와 회동… 단체사진은 못찍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 사진 오른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전에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ASEM 단체 기념촬영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촬영이 늦춰지면서 다른 층에서 연설 준비를 하다 뒤늦게 통보를 받고 이동했으나 엘리베이터가 지연돼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브뤼셀=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지를 밝히면서 비핵화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 및 대북제재를 놓고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북-미 협상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설전을 주고받는 등 불편한 관계였던 만큼 트럼프가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 교황 방북, 한반도 평화 ‘보증’ 기대

청와대는 교황의 메시지에 고무된 분위기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북-미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정상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설득했지만 답변은 시원치 않았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의 벽’을 재확인한 것.

이런 상황에서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면 국제사회에 북한의 변화 의지를 보증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인권 문제 등을 외면한 채 비핵화 조치를 살라미 식으로 늦추기 위해 교황을 ‘방탄’으로 삼았다간 ‘교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교황의 방북이 실제로 성사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각에선 교황이 밝힌 “나는 갈 수 있다”는 표현을 놓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방북 검토가 가능하다’는 차원으로 아직 방북 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청와대는 문 대통령 예방 직전 교황청으로부터 방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전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현지 관계자는 “교황은 방북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을 한 것”이라며 “이제 김 위원장의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교황이 (방북할) 의사를 밝혔다”면서도 “(방북)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시점에 이르면 (방북) 성사를 위한 조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교황, 수치스럽다”던 트럼프의 반응 변수

교황 방북이란 새로운 변수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남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해 공개 비판하는 등 트럼프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미국 대선 전인 2016년 2월에는 트럼프와 교황이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교황이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대해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비난하자 트럼프는 긴급 성명을 내고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받아쳤다. 앞서 트럼프는 교황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미사를 집전할 것이라는 소식에 “교황은 아주 정치적인 인간”이라고 했고 교황은 “그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기 때문에 나를 정치인이라고 하는구나”라고 반박했다. 그런 트럼프는 취임 후인 2017년 5월 바티칸을 방문해 문 대통령과 같은 장소에서 교황을 예방했지만 지금까지도 보수 성향의 개신교 복음주의운동이 활발한 미국 남부의 ‘바이블 벨트(bible belt)’를 핵심 지지 지역으로 삼고 있어 교황과는 여러모로 온도 차가 있다.

특히 교황청과 북한이 교황 방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 등 압박 분위기가 흐트러질 경우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낼 수도 있다.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19일 한 라디오에서 “트럼프가 큰 숙제를 안게 됐다. 김정은이 교황의 손을 잡고 문제를 풀어버리면 공적이 다른 데로 갈 수 있다”며 “서둘러 대북 문제를 해결하거나 판을 깨는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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