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신흥국 금융불안, 한국 확산 배제못해”

김재영기자

입력 2018-10-09 03:00 수정 2018-10-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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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위험노출 가능성 낮지만 美금리인상-무역전쟁-유가상승
리스크 중첩땐 안전지대 아냐”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 미중 무역전쟁 등의 리스크 요인이 한꺼번에 터질 경우 터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융 불안이 한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국은행이 평가했다.

이승헌 한은 국제국장은 5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최근 신흥국 금융 불안이 다소 진정됐지만 재발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외화표시 부채 과다 국가 등 기초체력이 취약한 국가는 금융 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일부 신흥국의 거시경제 취약성이 부각되고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고물가에다 재정·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화부채에 과다하게 의존해 문제가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6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터키도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경계감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유가 상승 역시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신흥국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코스피는 8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1조5000억 원대의 순매도를 보였다.

하지만 당장 한국 경제가 금융 불안에 노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이 국장은 “여타 신흥국과 달리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대외부채 상환능력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취약 신흥국과의 상호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규모가 크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 금융기관들의 6월 말 기준 위험 노출액은 인도네시아 59억1000만 달러(약 6조6800억 원), 브라질과 터키가 각각 27억8000만 달러, 20억6000만 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이 국장은 “리스크 요인들이 중첩적으로 작용할 경우 신흥국 금융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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