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네 엄마도 너랑 똑같았어” 연극 엄마의 레시피

양형모 기자

입력 2018-09-26 16:48 수정 2018-09-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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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연극 한 편이 대학로에서 공연 중입니다. 오래 맛을 보고 싶은데, 짧네요. 지난 9월21일에 막을 올렸고, 10월14일에 내립니다. 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입니다.

이 맛있는 연극의 제목은 ‘엄마의 레시피’. 창작공간 스튜디오 블루(대표 하형주)가 제작했습니다. 대만 리종시 작가의 작품이 원작이죠. 원제는 ‘수세(守歲)’입니다. 세월이 가는 걸 막아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우리도 추석이었는데, 이 작품의 배경도 명절입니다. 홀로 사는 할머니를 뵈러 딸과 손녀들이 찾아옵니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인다니 할머니의 기분이 잔뜩 업 되었습니다. 비장의 레시피를 꺼내들 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습니다. 딸과 손녀를 못 알아보는가 하면, 조금 전 만든 음식을 또 만들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딸의 고달픈 삶과 손녀의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갈등이 빚어집니다.

소극장 연극이지만 출연배우들의 면면이 쟁쟁합니다. 할머니 역의 원미원 배우는 올해 74세. 노인분장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극중 인물과 100% 싱크로율을 보여줍니다.

엄마 역은 뮤지컬계의 스타배우인 혁주(최혁주)씨가 맡았습니다. 중견배우 김나윤씨가 같은 역입니다.

손녀는 아리와 이진설. 두 사람이 번갈아 출연합니다. 아리(김선영)씨는 걸그룹 타히티의 멤버이기도 하죠. 연극은 처음일 겁니다.

원작공연에서 오랜 기간 존슨 역으로 출연했던 정경호 배우와 KBS 1TV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어린 왕건으로 눈길을 끈 오현철 배우가 손녀의 남자친구로 등장합니다. 아참, 정경호 배우는 이 작품을 번역, 각색했고 초연 때는 연출까지 맡았습니다.

이번에는 임대일 연출이 바통을 이어받아 국내 관객에 맞게 등장인물, 배경을 새롭게 수정하고 번안했습니다.

“네 엄마도 젊었을 땐 너랑 똑같았어.”

극 중의 대사가 마음을 깊게 찌릅니다. 아픈데, 또 시원합니다.

가족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돌아봄과 성찰. 우스꽝스럽기도 하면서 어딘지 애잔한 연극입니다.

엄마, 할머니면 더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을 겁니다. 누구라도 당신의 어깨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함께 보세요. 참, 좋은 연극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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