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들의 관심 자체에 스트레스”…미취업 청년들 추석 때 고향 안가
뉴시스
입력 2018-09-22 17:38 수정 2018-09-22 17:39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향길에 오르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본격 추석 연휴가 시작된 22일, 강원 춘천시에서 자취를 하며 대학교에 다니는 이모(26)씨는 올 추석에 고향인 경기 수원시를 찾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학교 재학 중 1년 반을 휴학하며 공무원 시험준비를 했지만 합격하지 못해 포기하고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이씨는 “지난번 설날에 친척들이 졸업할 때 되지 않았느냐, 취업준비는 잘 하고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며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고 힘든데 스트레스만 받아 이번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 밥 한 끼 사주지도 않고 연락 한 번 없다가 명절만 되면 왜 그렇게 궁금한게 많은지 모르겠다”며 “부모님도 조심해서 꺼내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할 때면 짜증까지 난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올 여름 코스모스 졸업 후 학교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강모(28)씨도 고향인 경남 창원시를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설, 추석 때마다 친척 어른들의 반년 간 묵혀 놓은 궁금증에 답하다 보면 취조를 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며 “안부를 묻듯이 쉽게 말하지만 취업으로 고민 중인 청년들에게는 비수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강씨는 “특히 또래 사촌과 비교하는 말을 할 때면 자괴감이 들어 고향에 가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업준비생들은 연휴 때 친지들과의 만남에서 취업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심적 압박감과 부담감에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한다”며 “취준생들이 최근에는 일명 ‘명절·연휴 대피소’로 불리는 노량진 학원가의 스터디룸으로 몰리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취준생들은 명절 연휴간 친지들의 관심 자체에서 강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동북지방통계청의 ‘2017 강원지역 대학 및 전문대학 졸업자 취업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강원지역 졸업자 1만5089명 중 6807명(50.2%)만이 취업의 문턱을 넘었다.
서울지역에서 3만1705명이 졸업해 1만4982명(55.3%)이 취업한 것에 비해 3.7%포인트 낮은 수치다.
특히 강원지역 졸업자 취업률은 2014년 65.4% 2015년 52.2% 등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강원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취합된 자료들로 추정해보면 올해 말 발표될 2017년 졸업자 취업률도 2016년에 비해 감소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춘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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