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가장 성공한 환경정책’이라던 그린벨트, 집값 급등에 또 풀리나

송진흡기자

입력 2018-09-21 15:58 수정 2018-09-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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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도시가 무질서하게 외곽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을 못 하게 묶어놓은 지역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 지역에만 적용된다.

그린벨트를 도입한 사람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된 산업화로 서울을 비롯한 국내 주요 도시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교통, 주택, 환경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자 도시 주변 개발을 강제적으로 막기로 한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영국에서 시행 중인 그린벨트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그린벨트가 처음 지정된 때는 1971년 7월 30일.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반경 15㎞ 선에 있던 녹지 454.2㎢(약 1억3739만 평)가 그린벨트로 묶였다. 행정구역별로는 서울이 160.7㎢, 경기가 293.5㎢였다.

이후 1977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부산권 대구권 등 14개 권역에 대한 그린벨트 지정 작업이 이뤄졌다. 그린벨트로 묶인 면적은 5397.1㎢. 전 국토 면적의 5.4%에 해당했다.

그린벨트는 이후 20년간 ‘성역’이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 시절 그린벨트 내 개발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는 됐지만 해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에서 그린벨트마저 없어지면 환경이 급격히 훼손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내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이 선거 때마다 해제 민원을 제기했지만 환경 중시 여론에 밀려 그린벨트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남았다. 그 덕분에 그린벨트는 국내외에서 급격한 산업화를 이룬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환경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린벨트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후보가 그린벨트 해제 공약을 내걸면서부터이다. 이 공약에 따라 김대중 정부는 1998년 각계 전문가들로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듬해인 1999년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안’이 마련됐고, 7개 중소도시권에 설정되었던 개발제한구역은 전면 해제, 7개 광역도시권은 부분해제됐다. 당시 해제된 면적은 781㎢에 달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강조했지만 환경단체 등은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유산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노무현 정부 역시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그린벨트에 손을 댔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일대 등에서 그린벨트 654㎢를 해제했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용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도 서울 집값 안정을 목표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 그린벨트 88㎢를 풀어 보금자리 주택을 지었다. 박근혜 정부도 민간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건설용 토지 확보를 위해 그린벨트를 20㎢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주택 건설을 위해 8㎢를 풀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전국 그린벨트 면적은 3846.3㎢로 당초 지정 면적(5397.1㎢)보다 28.7% 줄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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